노란 유채꽃과 푸른 바다 - 다랭이 마을
나와 짝꿍은 남해를 5일 동안 여행했다. 시간에 쫒기면서 여행하고 싶지 않았고, 처음 가보는 남해였기에 하나씩 천천히 남해 곳곳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적지 없이 해안길을 따라 드라이브도 해보고, 한 곳에 도착해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우리가 머물고 싶은 만큼 충분히 머물다 돌아왔다. 오늘 이야기할 장소가 그런 곳이다. 우리의 발길을 놓지 않아서 꽤 오랫동안 머물다 돌아온 곳을 이번에 소개하려고 한다.
노란 꽃 가득 피어난 다랭이 마을
"바다는 충분히 봤으니까, 이제 우리 꽃보러 가자."
"꽃? 당연히 좋지! 근데 무슨 꽃이 있어?"
"너가 좋아하는 노란 꽃. 한 번 가보자. 거기서도 바다는 보여."
우리가 남해의 다랭이 마을을 찾은 것은 남해를 여행한 지 세번째 날이다. 남해에서 제일 많이 알려진 곳인만큼 첫 번째로 가볼 수도 있었는데, 우리는 남해의 바다를 먼저 즐기기로 하고 이 곳을 나중으로 미뤄두었다. 그리고 마침내 셋째 날, 나와 짝꿍은 다랭이 마을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 안쪽으로 약 5분 정도 걸어내려가야 하는데, 걸어가는 길 옆으로 유채꽃이 한가득 피어있었다.
다랭이 마을의 대표적인 특징이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논밭인데, 그 곳에 노란 꽃이 만발해 있었던 것이다. 항상 평지에 피어있는 유채꽃만 보다가 이렇게 계단식 논밭에서 입체적으로 피어난 모습을 보니까 새로웠다. 이미 아름다운 유채꽃에 입체감을 더해서 그 아름다움이 한결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내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계단식으로 피어난 유채꽃 밭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한동안의 시간을 보낸 후에 우리는 조금 더 마을 깊숙히 내려갔다.
남해의 다랭이 마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 곳에서 내려다 볼 때만 해도 계단식 논밭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바다가 있는 곳까지 내려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곳까지 내려가 보니까 옆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계속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길을 따라 유채꽃 사이를 계속 걸었다. 노란 꽃이 우리를 완전히 감싸고, 멀리 바라보면 청명한 남해바다가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 우리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부러 천천히 걷기도 하고, 가다가 멈추기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가능한 오래 머물렀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니까 다랭이 마을의 반대편이 나왔다. 그 곳에서도 계단식 논밭과 그 안에 가득 피어있는 유채꽃을 볼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거리가 조금 있어서인지, 이 곳까지 오니까 사람이 거의 없어서 흘러가는 바람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바다소리 등이 언뜻언뜻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사진도 많이 찍고, 가만히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기도 했다. 다랭이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가면서 이 곳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 유채꽃 사이에 머물다가 저녁 때가 되어서야 마을을 떠났다.
떠나는 차 안에서 짝꿍은 남해의 다랭이 마을이라는 장소를 마음 깊숙히 새겨두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나는 날이 왔을 때 은근슬쩍 이 곳으로 다시 가자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못 이기는 척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고, 언젠가 우리는 이 곳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