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리스리가 2부 서포터 강제 가입썰

여행

분데리스리가 2부 서포터 강제 가입썰

감성남 0 386 2020.10.10 00:21

 작년에 독일 출장 중 자리를 잠시 비웠는데 여권, 지갑, 미팅 자료 등이 든 가방이 없는 겁니다

 

 

누군가 훔쳐간 거지요. 처음엔 멘붕이 아니라 그냥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현실 파악이 안되더군요.

 

 

 

 

 

1686098596397.png

 이거 뜯을 때만 해도 좋았지.....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러 갔는데 어느 나라 경찰이나 포스가 쩌는 건 똑같습니다. 손가락이 두꺼워서 키보드를 독수리 타법으로 치더라는.....신고하러 왔는데 잘 못해서 잡혀 온 것 마냥 쭈그리가 되어 신고를 합니다.

 

 

 

엄청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 항공편, 호텔 체크 아웃을 미룬 뒤 대사관에 임시 여권을 받으로 갔습니다악명이 자자하지만 생각 외로 대사관 직원들 상당히 친철하더군요.

 

 

 

 

16860985965994.png

그 와중에 반가운 얼굴이 있어서 인사도 하고

 

 

 

16860985967905.png

태극마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ㅠㅠ

 

 

그렇게 항공편이 하루 미뤄지자 이왕 이리 된 거 뭐라도 하자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 때 당시 분데스리가 2부에서 뛰고 있던 이청용 선수 경기를 보기로 합니다.

 

 

 

경기장에 늦게 도착해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출입구에서 티켓을 끊는데 "너 진짜 여기로 들어갈거냐?" 묻더군요. 일단 급한 마음에 별 생각 없이 그냥 티켓 달라고 했죠. 이 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16860985969623.png

 

맙소사! 제가 들어간 곳은 이청용 선수가 뛰고 있는 보훔 서포터 자리고 아니고 오스나브뤼크(부르크 아닙니다. 브르크 아닙니다. 브리휘크으 입니다)라는 상대팀 서포터 자리였습니다.

 

 

 

1686098597158.png

 이런 사람들 사이에 끼게 되는 건 아니겠지....

 

 

 

순간 티비에서 보던 홀리건들의 모습이 머릿 속을 스치면서 내일 한국 뉴스에 '한국인, 분데스리가 경기 관람 중 집단 폭행 당해' 뉴스가 나오는 상상을 합니다. 그래서 재빨리 직원에게 '티켓을 잘 못 끊었는데 반대편으로 갈 수 없냐' 라고 물었더니 이런 경우가 처음인지 당황 하더군요

 

 

'경기 안 보고 그냥 갈까' 라고 고민 하는 찰라 한 독일인이 저에게 말을 겁니다. 유명한 팀도 아니고 동양인 선수 한 명 없는 팀 서포터 자리에 외지인이 있으니 신기했겠지요.

 

 

 

너 여기 왜 있어?

 

 

 

 

 

아 그냥........(사실대로 말하기 망설여 졌습니다.)

 

 

 

 

 

그냥 왔다고? 너 우리팀 알아?

 

 

 

 

 

계속 추궁하니 궁지에 몰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골격 엄청난 게르만 형....... 아니 형님, 나 사실은 이청용이라는 한국 선수가 보훔에 뛰고 있어서 저 쪽 갈랬는데 티켓을 잘 못 끊었어.... 그런데 저 쪽으로 못 간데.... 때리진 말아줘....

 

 

.

 

 

.

 

 

.

 

 

.

 

 

.

 

 

.

 

 

.

 

 

 

 

 

 

 

 

"상관 없어. 넌 이제 부터 오스나브뤼크 서포터야. 자 이거 선물이야." 하면서 이 모자를 제게 주는 겁니다.

 

 

 

 

16860985973413.png

본격 보라빛 German 갬성

 

 

 

 

16860985975506.png

 

 

"대신 너는 이곳에 오게 된 이상 우리 팀을 응원 해야 돼

 

 

생각보다 호의적인 모습에 일단 긴장을 풀고 경기장에 들어 갑니다.

 

 

"아 사람들이 그렇게 과격 하진 않네. 이청용 응원해도 되겠다" 라는 생각은 

 

 

.

 

 

 

 

 

.

 

 

.

 

 

.

 

 

.

 

 

.

 

 

.

 

 

.

 

 

.

 

 

.

 

 

 

1초 만에 사라집니다.

 

 

 

 

 

16860985977218.png

 

방화 한 거 아닙니다. 홍염입니다.

 

 

 

 

 

분데스리가 응원 열기 익히 알려졌지만 2부라 덜 할 줄 알았는데 응원 열기 장난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독일인들에 대한 선입견(차분, 무두뚝, 원칙주의) 이런 거 없습니다.

 

 

다들 맥주 컵 하나씩 들고 있다 선수가 실수하면 컵 날라 다니고(플라스틱 입니다), 철망에 올라가고, 담배 연기 자욱하고 마산 아재들이 벤치마킹 할 모습이 상당히 많이 연출 됩니다.

 

 

 

 

 

그래서 이청용의 ㅇ, 보훔의 ㅂ 도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누군지 알고 여기가 어딘지도 알겠는데 이청용은 모르오!

 

 

맥주까지 한잔 얻어 먹고는 제 고향 이름도 이렇게 외쳐 본 적 없는데 어디에도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오스나브뤼크를 목이 터져라 외칩니다.

 

 

 

 

 

 

16860985978915.png

그래도 내 눈은 블루드래곤 당신만을 쫓고 있었다오.

 

 

 

 

 

 

 

 

이청용이 볼을 잡아도 좋아하지 못하고, 보훔이 골을 먹어도 슬퍼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됩니다.

 

 

대신 오스나브뤼크 골을 넣었을 땐 시위대 속에 프락치의 마음으로 열렬히 환호합니다.

 

 

 

 

 

그렇게 경기는 다행히(?) 1:1로 끝나고 호텔로 돌아 가려는데 독일 형이 날 부릅니다.

 

 

"너 그 모자 쓰고 갈 생각이야? 여기 보훔인데........ 그리고 경찰이 의심할 수도 있어." 강제 오스나브뤼크 외침에 정신이 세뇌되어 이 곳이 보훔 이라는 걸 망각한 겁니다. 황급히 모자를 벗고 헤어지는데 독일 형이 그러더군요. 이 모자 한국에 가지고 가서 사진 찍어 보내줘

 

 

 

16860985980597.png

말은 홀스, 경찰은 6명이니까 짝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한국엔 나같이 생긴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미모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사진을 찍어 보내 줍니다.

 

 

16860985982349.png

 

 

 

16860985983977.png

이 경기가 한국에서도 재방송 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그 땐 여권 분실 때문에 축구 보면서도 즐겁 다기 보다는 너무 서러웠는데 지나고 보니 기억에 오래 남을 유쾌한 에피소드 같습니다.

 

 

여행도 인생도 꼬일 땐 한 없이 짜증나지만 그 속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오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 후로 제 가슴속에 분데스리가 제 1의 팀이 된 오스나브뤼크 를 열렬히 응원했건만..... 지못미ㅠㅠ

 

16860985985732.png

 

 

 

그래도 이번 시즌엔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6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1부 승격이 된다면 아주 기쁠 것 같습니다.

 

 

 

 

 

Viva osnabrück!!

 

 

 

 

 

 

 

 

Comments

Category
반응형 구글광고 등
State
  • 현재 접속자 529 명
  • 오늘 방문자 2,810 명
  • 어제 방문자 2,147 명
  • 최대 방문자 6,008 명
  • 전체 방문자 292,833 명
  • 전체 게시물 58,155 개
  • 전체 댓글수 0 개
  • 전체 회원수 50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