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커플이 담아내는 대한민국 - 안동 하회마을

여행

국제커플이 담아내는 대한민국 - 안동 하회마을

방랑곰 0 471 2022.01.26 17:03

 

안동 하회마을 - 시간을 품고있는 마을

 

짝꿍에게 한국에서 가보고 싶은 곳을 얘기해 보라고 하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면서 항상 이야기하는 곳, 바로 안동 하회마을이다. 얼마 전, 여행을 떠나는 길에 안동을 지나가게 되었고 시간이 허락하여 하회마을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그렇게 나와 짝꿍은 한국의 전통이 살아있는 곳, 과거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는 곳,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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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회마을은 안동 시내에서도 꽤나 멀리 떨어져있다. 예전에는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2차선 도로 뿐이어서 들어가는 차들로 길이 꽉 막혀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까 길이 새로 만들어져서 교통 체증은 많이 줄어들 것 같았다. 우리는 원래 교통 체증이 별로 없는 평일 오후에 도착했기 때문에 주말의 교통에 대해서는 추측만 할 뿐, 실제로 어떤지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예전에 비하면 하회마을에 대한 접근성이 많이 좋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회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장을 가로질러 걸으면 매표소가 나온다. 표를 사고 앞에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타면 하회마을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그곳부터 천천히 걸어서 하회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일단 짝꿍이 느낀 하회마을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아늑하다'였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관광객도 많이 없어서 마을이 전체적으로 매우 조용했다. 마을로 들어서기 직전에 마을 지도가 있었는데, 그 옆에 마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는 해설사 분이 계셨다. 마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떤 코스로 돌아야 하회마을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다. 해설사 분의 설명을 모두 들은 후 이제는 진짜 하회마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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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과 함께 하회마을 골목골목을 발길 닿는대로 걷기 시작했다. 마을의 규모가 큰 편은 아니라서 여유롭게 돌아다녀고 한두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을에서 가장 큰 길을 따라 걷다 보니까 버스 정류장이 나왔고, 그곳에 조금 특이하게 생긴 버스 하나가 서있었다. 처음에는 투어용 버스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까 하회마을과 안동 시내를 연결하는 시내버스였다. 궁금해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까 '트롤리버스'라고 불리고, 2021년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유럽이나 한국의 다른 도시에서 도심 투어를 목적으로 활용하는 버스를 안동에서는 실제 시내버스로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계속 걸었다. 양 옆으로 기와집이 늠름하게 서 있었고, 조금 더 가다보면 초가집도 눈에 들어왔다. 집들 사이로 길게 난 골목길이 있어서 들어가봤더니 수백년은 살았을 법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이 장소가 하회마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삼신당이다. 나무 주변으로 소원을 비는 쪽지들이 수도 없이 매달려 있었고, 그 쪽지들이 모여서 나무 주변에 결계를 쳐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우리도 쪽지를 쓰고 싶었는데 남아있는 종이가 없어서 쓰지는 못하고, 마음 속으로만 소원을 빌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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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이 예전에 하회마을에 왔었어. 여기서 생일 잔치도 했었대."

"정말? 왜 여기까지 왔을까? 서울에서 거리도 꽤 먼데..."

"여왕이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서 찾은 곳이 하회마을이었대."

 

안동 하회마을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20년도 더 지난, 1999년에 영국 여왕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안동 하회마을을 다녀갔는데 당시 마을 측에서는 여왕을 위해 여왕의 생일상을 준비해서 대접했다고 한다. 그 사진이 전시관에 남아있어서 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도 있다. 

영국인의 피가 흐르는 짝꿍은 이러한 이야기에 큰 흥미를 보였다. 그리고 마을의 한 곳에 영국 여왕이 다녀간 흔적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있었는데, 바로 영국 여왕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심었던 구상나무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20년 후인 2019년에 여왕의 아들, 앤드루 왕자의 방문을 기념하여 식수한 또 한 그루의 구상나무가 있었다. 이 두 그루의 나무를 보면서,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설명을 읽으면서 짝꿍은 꽤 신기해했다. 영국 여왕과 그의 아들이 이곳, 하회마을까지 방문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흥미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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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회마을 구석구석 길 따라 걸었다. 건물들이 모여있는 공간을 벗어나자 싱그러운 자연의 숨결이 느껴졌다. 대개 안동 하회마을을 생각하면 '전통마을', '문화유산'과 같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그런 '전통'이라는 이미지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서 마을을 둘러보면 정말 아름다운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길을 따라 나무가 길게 이어져 있고,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낙동강 옆에는 짙은 소나무 숲이 있다. 소나무 숲 아래를 걷다보면 그 숲이 워낙 울창해서 햇빛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숲을 가로질러 강변으로 가면 높은 절벽이 눈 앞에 보이는데, 그 절벽이 바로 부용대이다. 예전에는 하회마을과 부용대 절벽을 오가는 나룻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소나무 숲을 뒤로 하고 커다란 벚나무가 만들어낸 긴 나무터널을 지나 하회마을에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이후에 부용대도 들렀다 가고픈 마음에 하회마을을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보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마을에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셔틀버스 안에서 다음에 하회마을을 다시 와서 그 때는 짝꿍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하회마을 안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이왕이면 우리가 지났던 나무터널에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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