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을 주관하는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샤라포바에게 오는 28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US오픈 본선 직행 와일드카드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샤라포바는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 금지약물인 멜도늄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테니스연맹(ITF)으로부터 15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이후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샤라포바는 1년 이상의 공백과 복귀 후 부상으로 랭킹포인트를 쌓지 못 했고, 현재 세계랭킹도 148위에 그쳐 US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예선을 거쳐야만 했다. 협회는 “샤라포바의 징계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와일드카드 발급 여부에 그의 도핑 전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샤라포바가 USTA에 주최하는 청소년 테니스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반(反) 도핑 강연자로 나서는 등 반성하는 책임 있는 자세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USTA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미국의 테니스 전설 빌리 진 킹(74)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협회가 샤라포바에게 와일드카드를 부여해 기쁘다. 징계는 끝났고, 그의 복귀는 스포츠계 전체에 기쁜 일이다”고 말했다. 킹은 US오픈에서만 4차례 우승했고, US오픈이 펼쳐지는 경기장이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질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테니스 원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리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샤라포바의 몸 상태가 대회에 참가할 수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와일드카드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게 상업적 측면만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그는 6월 윔블던 예선 출전 자격이 있었지만 부상으로 무산됐고, 2개월간 코트를 떠나 있었다. 최근에는 지난 3일 WTA 뱅크오브더웨스트클래식 단식 2회전을 앞두고는 왼쪽 팔 부상으로 기권했고, 지난 주 로저스컵에도 와일드카드를 받았지만 출전하지 못 했다. 실제로 그는 올 시즌 8개의 대회에서 와일드카드 초대장을 받았지만 그 중 4개의 대회를 부상 탓에 불참했다.
4대 그랜드슬램 대회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오픈은 지난 5월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를 위한 와일드카드는 있어도, 도핑 전력자를 위한 와일드카드는 없다”며 샤라포바의 출전을 막은 바 있다.
샤라포바는 이날 USTA의 결정 직후 SNS에 “감사합니다, US오픈. 저에게는 정말 특별한 결정”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