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은 B군의 기권패를 예상했지만 심판은 B군의 승리를 선언했다. 수건을 내려놓은 이는 다름 아닌 A선수의 코치였다. 선수도, 관중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뒤늦게 경기장에 도착한 A군의 아버지에게 두 선수의 코치들이 찾아왔다. 코치들은 아버지에게 “상대 선수(B군)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이 필요한 상황이라 (A군이) 양보하게 했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A군의 아버지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알고 보니 말로만 듣던 ‘밀어주기’를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밀어주기는 특정 선수가 승리하도록 승부를 조작하는 행위를 뜻하는 스포츠계의 은어다. A군에게 밀려 탈락할 뻔했던 B군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A군 아버지는 “그 시합을 이겼으면 우리 아들이 우승할 수도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A군의 코치 C씨는 경기 후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C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상대편 선수의 코치가 ‘우리 학생이 형편이 어려우니 양보해 달라’고 부탁해 들어줬다. 잘못된 행동으로 학생의 미래를 망쳐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