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마추어 유단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네 아저씨 바둑에 훈수 둘 정도만 됩니다.
요새는 바둑 쉬고 있지만, 뭐 간간히 구경하며 누가 두자고 하면 가끔 두고 그럽니다.
저는 우리나라 바둑인구가 늘어나길 바라는 사람입니다. 저 아직 한참 젊은 나이인데 어디가서 바둑둔다고 하면 보수적이고 비루하고 낡은 사람이라는 눈빛을 한두 번 받은 게 아니라서 좀 좋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무한정 들어봤으니까요.
이번 이세돌 알파고 대국 때문에 바둑 이미지가 좀 더 좋아진 거 같아서 기분은 좋네요. 어디가서 바둑 유단자에요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고?
예전부터 바둑 배워보고 싶다는 분들을 종종 봐왔고 간혹 가르쳐보기도 했습니다만.
여러분이 느끼는 것처럼 바둑은 쉽진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렵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바둑을 두어온 사람으로서, 아마 어지간한 게임들보다 배워야할 것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프로들 대국 구경하는 실력이 되려면 최소 어느정도 실력이 되어야 이해가능합니다. 바둑 모르는데 저 수가 신의 한 수라고 하는 거 어지간하면 거짓입니다. 간혹 저도 해설 안 들으면 잘 모르는 것도 많은 걸요.
기초만 배우려해도 매일 수시간씩 쏟아붓는 게 아니라 간간히 하는 거면 개월 단위로 걸릴 겁니다. 또 초반엔 외울 거 투성이라서 제대로 공부하려는 사람에겐 계속 기본기를 외우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에겐 처음엔 재미없고 짜증도 많이 날 겁니다. 그래서 성인분 중에는 중도포기한 분들을 꽤 많이 봅니다. 초급 실력으로 기본적으로 좀 알고 정상적인 대국을 두려면 더 걸리겠죠.
바둑에 관심가져주시는 건 참 감사하지만, 바알못이라면 처음 배울 때는 각오가 많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도 배우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저라도 도와드리고 싶네요.
바둑이 고등학교 교과과정처럼 딱 이것만 배우면 된다라는 건 없지만, 그래도 요새 바둑 강의들이 잘 나와서 배우겠다면 잘 배우실 수 있으실 겁니다.
PS.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바둑도 같이 한 사람으로서 이번 이세돌 알파고 대국 관련하여 근거없는 이상한 말 떠돌면 참 기분 이상해요ㅠㅠ 너님들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