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창단 3년 만에 전관왕 꿈꾼다, 안산 원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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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창단 3년 만에 전관왕 꿈꾼다, 안산 원곡고

좋은연인 0 111 2016.09.13 12:53

“꿈은 전관왕입니다”라며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지어보이는 김동열 감독(56). 그 말에서 자신감마저 느껴졌다. 지난 2013년 7월 창단된 원곡고 배구부. 그 해 태백산배 전국 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에는 전국체전 준우승을 거두더니 2년째 되던 2015년, 태백산배 전국 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첫 우승이란 감격을 맛봤다. 아직 창단 3년차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원곡고는 신흥 강자로 우뚝 서 있다.


지난 7월 24일 강원도 인제군 신남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제 50회 대통령배 전국 남녀 중ㆍ고배구대회 여고부 결승전. 안산 원곡고와 대구여고가 우승을 놓고 맞붙었다.


초반 분위기를 가져간 건 원곡고. 안정된 리시브 속에 이주아, 고의정, 윤영인 등이 득점을 올린 원곡고가 1세트를 25-12로 마무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2세트가 되자 상황은 역전됐다. 대구여고가 힘을 내기 시작했다. 끈질긴 수비를 앞세운 대구여고는 공격에서도 분발하며 승부를 듀스까지 끌고 갔고 결국 접전 끝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 원곡고가 전열을 재정비했다. 공수에서 심기일전하며 분위기를 되찾았다. 원곡고는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쳐 3세트를 잡았고 이어진 세트에서도 내내 리드를 지켜내며 세트스코어 3-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원곡고로서는 2015 태백산배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이었다.


원곡고 배구부, 문을 열다 
2013년 7월 8일 안산 원곡고 배구부가 김동열 감독과 함께 시작을 알렸다. 김동열 감독은 창단 당시를 떠올리며 “2012년 소년체전 때 김철민 시장이 방문했다. 결승을 지켜보던 시장님이 안산에 고등학교 배구부가 없는 것을 알고 창단 준비를 지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원곡고가 대상은 아니었다. 원곡고 배구부 창단은 김동열 감독이 강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성사됐다. 이전까지 원곡중에서 약 20여 년간 배구부를 이끌었던 그는 “전국에 있는 배구인들이나 학부모들한테 ‘원곡’이라는 타이틀이 박혀있었을 것 아닌가. 그래서 고등학교팀을 창단하게 된다면 원곡고등학교에 그 이미지가 같이 갈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원곡고 아니면 안 하겠다고까지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원곡고가 인문계 고등학교라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교장선생님을 설득한 끝에야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원곡고 배구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창단이 끝이 아니었다.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우선 경기를 뛸 선수들이 없었다. 선수 수급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선수라고는 강소휘(GS칼텍스)와 김유주(IBK기업은행-대구시체육회)가 전부였다. 선수 스카웃에 나선 김동열 감독은 한 명 한 명 선수들을 모았다.


처음에 오게 된 선수는 장혜진(도로공사). 오랜 인연 끝에 장혜진을 품에 안았다. 장혜진 아버지는 전에 원곡중으로 전학 오고 싶다고 연락한 적이 있었다고. 그 당시에는 연이 닿지 않았지만 원곡고 배구부 창단을 확정하고 나서 우연찮게 연락이 닿아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흔쾌히 아이를 맡기겠다고 했단다.


이한비(흥국생명)도 전화 한 통으로 원곡고 진학을 결정했다. 김동열 감독은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이한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한비 아버지도 배구인 출신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진학이 어려운 학생이 있으면 소개 시켜달라고 하자 이한비 아버지는 김동열 감독에게 자신 딸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것. 김동열 감독은 이한비 언니까지 2명을 원곡고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스카우트 되고, 여기에 전학을 온 선수들이 합쳐져 원곡고는 8명 선수들과 함께 창단할 수 있었다.


전원 프로 지명이란 기쁨을 맛보다 
지난 2015~2016 신인 드래프트는 김동열 감독에게 있어 뿌듯한 순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원곡고 창단을 함께 했던 선수 4명 전원이 프로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았기 때문. 김유주가 마지막까지 가슴 졸이게 했지만 IBK기업은행 부름을 받으며 4명 전원이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기쁨을 맛봤다. 특히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강소휘뿐만 아니라 이한비, 장혜진은 각각 3순위, 5순위에 이름이 불렸다. 1라운드 선발 선수 6명 중 원곡고 출신이 무려 3명이었다.


 김동열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1라운드에 3명 선수가 지명되니 참 뿌듯하더라”라고 말했다. 덧붙여 “3명이 선발되고 나서 유주가 안타까웠는데 마지막에라도 이름이 불려서 다행이었다. 4명 전부 프로에 가서 기분이 좋았다”라고 전했다.


같이 고생했던 친구들이 모두 프로에 갔다는 안도감일까. 원곡고 4명 선수들은 뜨거운 눈물로 기쁨을 표현했다. 특히 수련선수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지명됐던 김유주는 “방황했을 때 잡아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라며 “고교 선수로서 끝까지 받아주신 (김동열) 감독님과 코치님에게도 고맙다”라고 눈물을 비췄다.


경사는 이뿐이 아니었다. 강소휘는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스승이기에 제자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김동열 감독은 중계를 보면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흐뭇함은 감출 수 없었다. 강소휘, 이한비 선수는 신인으로서 그래도 쏠쏠한 활약을 펼치지 않았냐고 묻자 연신 제자들 이야기를 늘어놓던 김동열 감독이다.


강압 대신 자율성을 부여하다
창단한지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원곡고는 배구 명문으로서 틀을 잡아가고 있다. 그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은 ‘우러나옴.’


“강압적으로 운동을 시키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스스로 우러나오는 배구를 하는 것이 옳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동열 감독 말이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에게 “나도 배구를 했을 때 스스로 우러나서 연습을 했더니 발전이 되더라”라며 제자들이 스스로 운동을 할 수 있게끔 이야기를 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 자율성이라는 것이 참 어려운 것. 선수들이 잘 따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김동열 감독은 “잘 운영되고 있다. 고등학생 정도가 됐으면 알아들을 나이가 아닌가. 학생들에게 강요해서 시키지는 않는다. 선수들도 자신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야간에 스스로 나와서 운동을 한다.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훈련 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인문계 학교여서 수업 때문에 훈련 량이 적다고. 이날도 취재를 위해 학교를 방문했을 때 체육관을 차지하고 있던 건 일반 학생들이었다. 김동열 감독도 오후 3시 30분에서 4시 사이에 운동을 시작해 6시 40분 정도면 마친다고 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본인들이 알아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흐뭇해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비결은 신뢰. 김동열 감독은 전적으로 코치들에게 훈련을 맡기고 있다. 그는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 지도가 이원화될 수 있고 그러면 아이들이 헷갈릴 수가 있다. 그래서 코치들한테 스케줄과 운영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라며 “지금이 3번째 코치인데 다들 열심히 하는 분들만 왔다. 그래서 큰 위기 없이 배구부가 나아가고 있다”라며 웃어보였다.


김동열 감독은 자신 역할을 ‘엄마’라고 말했다. 열심히 할 수 있게 뒷바라지 하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했다. 김동열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할 때 옆에 서서 아이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할 뿐 앞에 나서지는 않았다. 훈련을 주도하는 건 이성희 코치였다. KGC인삼공사에서 사퇴한 그는 5월부터 원곡고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성희 코치가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건 리시브와 2단 연결. “연결이 안 되면 공격 포인트가 나기 어렵다”라며 아이들에게 왜 연결이 중요한지 설명한 그는 볼을 짧게 혹은 길게 던지며 훈련을 이어갔다. 선수들도 몸을 던지며 훈련에 집중했다. 일반 학생들과 체육관을 같이 사용하는 터라 배구 전용 코트가 깔려있지 않은 바닥이었지만 선수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볼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바닥에 뒹구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동열 감독은 이성희 코치를 보며 “프로팀 감독을 했지만 그런 모습이 없다.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도 아무래도 프로 팀 감독 출신 가르침을 받는다는 데에 느낌이 다를 것이다”라고 전했다. 잠깐 동안 지켜본 이성희 코치는 김동열 감독 말처럼 선수들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주는 모습이었다.


전관왕을 꿈꾸다
인터뷰가 한창이던 즈음 김동열 감독은 꿈을 이야기했다. 바로 전관왕. 그는 1학년 아이들 중 가능성 있는 아이들이 많다며 내후년쯤이 되면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다른 팀들이 경계 1호로 꼽을 대상이 될 거라고 자신했다. 진주 선명여고와 경쟁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김동열 감독은 이주아 선수에게 기대를 가졌다. 186cm 신장을 가진 그는 전위 플레이에서 공을 보는 눈이 좋다고 한다. 문지윤도 점프력이 아주 좋다고. 지금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을 맡고 있지만 나중에 윙스파이커로 자리 변동을 줄 생각이다. 고의정은 파워가 좋다. 김동열 감독이 “너는 선배 한비마냥 힘으로 해도 좋으니까 힘으로 해봐라”라고 말할 정도. 김동열 감독은 1학년이 주축이라 내년 그리고 내후년이 더욱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말이 있다. 창단 당시만 해도 8명 선수들로 팀을 꾸렸던 원곡고. 이제는 좋은 선수들과 함께 전관왕을 꿈꾼다.


미니 인터뷰
김동열 감독 

 

원곡고 배구부를 창단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원래 안산에 고등학교 배구부가 없었다. 그래서 원곡중 아이들이 대부분 수원으로 진학을 했는데 시장님이 왜 선수들을 키워서 다른 지역으로 보내냐고 고등학교 배구부를 창단하자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리고 ‘원곡’이라는 타이틀을 이어가고 싶어 원곡고를 창단 학교로 지목했다. 
 

창단 3년 차에 두 번 우승을 거뒀다. 원곡고가 가진 강점이 있다면
 ‘원곡’이라는 타이틀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중학교에 있으면서 우승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사실 원곡중과 원곡고는 엄연히 다른 학교인데도 같은 학교라고 생각한다. 그 타이틀이 주는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곡중에서부터 같이 해왔던 아이들이 원곡고로 진학을 하기 때문에 협동심이 크다.
 

지도 철학이 있다면?
 어떤 큰 철학이 있다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우러나오는 배구를 하라고 강조한다. 강압적이면 얼마간은 그게 유지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스스로 해야 발전이 되더라. 다행히도 아이들이 본인이 부족한 것이 있으면 스스로 야간에 나와서 운동을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우러나오는 배구를 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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