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를 딛고 세계적인 주니어 테니스 선수로 성장한 이덕희(19)가 서울시청 소속 선수로 입단한다. 이덕희의 소식에 정통한 테니스계의 한 관계자는 "이덕희가 다음 달 초 서울시청과 정식 입단 계약을 맺는다. 계약 조건은 서울시청 소속 선수 가운데 최고 대우를 받기로 했고 가을에 열리는 전국체전에 서울 대표로 출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덕희의 서울시청 입단은 테니스계에서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이전까지 엘리트 테니스 선수들의 진로는 크게 '고교 졸업-대학 입학-실업팀 입단'으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선수들은 주니어 때까지 승승장구하다 실업팀 입단을 하면서 이른바 '국내용'으로 머물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면 지자체나 실업팀으로 입단하면 국내 대회 출전에 집중하게 되면서 해외 투어 도전 자체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덕희의 경우는 다르다. 서울시청이 국내 대회 출전을 요구한 건 1년에 딱 한 차례 열리는 전국체전이 전부다. 오히려 이덕희는 서울시청에서 제공하는 연봉과 각종 인센티브 등을 투어 출전 비용에 보탤 수 있기 때문에 해외 무대 도전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이덕희는 현대자동차와 KDB산업은행이라는 국내 대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다른 선수들과 달리 투어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뛰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최근 기업 내 사정으로 후원을 중단하게 되면서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런 가운데 때마침 서울시청 입단이 결정되면서 투어 비용 마련에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이덕희를 영입하게 된 서울시청으로서도 새로운 시도다. 그동안 아마추어 스포츠단을 운영한 지자체 팀은 국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해당 지자체의 홍보 효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 지자체 스포츠단의 목표는 글로벌 마케팅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서울시청은 세계적인 프로 스포츠인 테니스 종목을 팀이 아닌 개인 단위로 후원하며 기존 지자체 스포츠팀 운영 관행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수영스타 박태환이 인천시청으로부터 해외 전지훈련 비용을 지원받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는 평가다.
이덕희는 현재 남자프로테니스투어(ATP) 세계 랭킹 137위를 기록하며 100위 이내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투어 2부 격인 챌린지 대회에 주로 출전하고 있는 이덕희는 다음 달부터 3주간 김천-서울-부산으로 이어지는 국내 챌린지 투어 대회에 출전해 우승에 도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