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남북한 단일팀이 구성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국내 체육계 사정에 정통한 A 씨는 "최근 여권 인사들이 평창올림픽에서 한국과 북한의 여자 아이스하키가 단일팀을 이뤄 출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최문순 강원도 지사는 그제(21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며 "무엇보다 북한팀의 참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특사 파견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 지사는 지난 주 일본 방문 당시 이준규 주일한국대사와 면담을 마친 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특사 파견으로 한반도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며 "총리급 인사가 (북한)특사에 임명되면 특사를 수행해 함께 북한을 찾아 평화올림픽을 협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20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만난 뒤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한 5대 구상을 논의했습니다. 5대 구상이란 ▲북한 선수단 참가를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의 ▲금강산 육로를 통한 북한 선수단 대회 참가 ▲북한 동계스포츠 인프라 활용 방안 협의 ▲북한 응원단의 속초항 입항 ▲금강산 온정각 일대에서의 올림픽 전야제 개최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이런 구상들이 실현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선수들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입니다. 그런데 북한 동계 스포츠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하계올림픽과 달리 실력만 놓고 보면 자력으로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을 선수가 거의 없습니다. 올림픽이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만 기량을 겨루는 최고의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 B 씨는 "국제 규정대로 하면 북한에서 오직 실력으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피겨 스케이팅 페어 부문의 렴대옥-김주식 2명뿐이다"고 밝혔습니다. 렴대옥-김주식 조는 지난 2월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는데 평창 올림픽에 나오기 위해서는 오는 9월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4위안에 진입해야 합니다.
렴대옥-김주식 조가 평창행 티켓을 딴다 해도 북한 선수단 규모는 임원까지 다 합쳐도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를 더 늘리기 위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특별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개헤엄’으로 유명해진 적도 기니의 에릭 무삼바니는 도저히 올림픽에 출전할 수준이 되지 못했지만 IOC의 특별 배려로 꿈의 무대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평화의 축제'란 올림픽의 이상과 남북화해라는 측면을 고려할 경우 개최국인 대한민국이 특별히 요청하면 IOC가 북한 선수단에게 '특별 엔트리'를 어느 정도 부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형평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그 숫자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가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입니다. 두 팀은 지난달 6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4부리그)에서 남북 대결을 펼쳤는데 한국팀이 3대 0으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문제는 개최국인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평창올림픽에 출전하지만 북한은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평창 올림픽 엔트리는 23명입니다. 만약 단일팀이 구성될 경우 남북한 선수 비율은 5대5 아니면 6대4로 우리가 다소 많게 짜여질 전망입니다. 그리고 단일팀 이름은 과거의 예에 따라 ‘코리아’, 국기는 한반도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단일팀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먼저 북한이 동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IOC가 특별 승인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최대 변수는 한국팀 선수들의 적극적인 수용입니다. 단일팀이 될 경우 오직 평창만을 바라보고 꿈을 키워 온 태극 전사들의 절반 가량이 올림픽 출전을 북한 선수들에게 양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강하게 반발할 경우 단일팀 구성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도 생각보다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기존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동의를 구하려면 결국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대한체육회가 일찌감치 나서야 합니다. 오는 8월 29일부터 강원도 평창에서는 평창 올림픽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제9차 IOC 조정위원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9월 13일부터는 페루 수도 리마에서 IOC 총회가 개최됩니다. 이 시기가 IOC로부터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특별 승인을 받는 적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단일팀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늦어도 오는 7월부터는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관련 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1991년 사상 최초의 남북 여자탁구 단일팀은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벅찬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같은 해 청소년축구대표팀도 남북 단일팀을 이뤄 월드컵 8강 진출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이 나란히 함께 입장한 적은 있어도 올림픽에서 단일팀이 구성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과거 분단국이었던 서독과 동독의 경우 1956년 동계올림픽 때부터 1964년 도쿄올림픽까지 총 6회에 걸쳐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