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혼합단체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여자대표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채유정(22·삼성전기)은 세대교체의 선봉장으로 부족함이 없다.
강경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28일 끝난 제15회 혼합단체 세계선수권에서 중국을 꺾고 14년만에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은 이날 공항에서 환영행사를 열고 기쁨을 만끽했다.
중국과의 결승전 마지막 5경기 혼합복식에서 최솔규(22·한국체대)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이끈 채유정은 누구보다도 많은 눈물을 쏟았다.
그는 "초반에 준비한 만큼 결과가 안 좋아서 속상했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믿어주셨고, 대표팀 언니, 오빠들도 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덕에 북받쳤다"고 돌아봤다.
누구보다도 많은 준비를 했지만 성과는 썩 좋지 못했다. 최솔규-채유정조는 예선 1차전 러시아전을 승리로 장식했지만 2차전 대만, 4강전 태국전을 연이어 패했다.
흐름이 좋지는 않았지만 강경진 감독은 그래도 최솔규-채유정 조합을 결승에서도 밀어붙였다. 강 감독은 "큰 부담을 가지면서 제 실력을 못 보여줬지만 분명 한 번은 실력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어린 선수들인만큼 이런 경험을 통해 부딪혀 살아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결승전. 2-2의 상황에서 혼합복식조의 차례가 돌아왔다. 가장 큰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고, 최솔규-채유정은 시종일관 리드를 내주지 않은 채 2-0 완승을 거두고 우승을 확정했다.
채유정은 "5경기에 나가는 부담도 없지는 않았는데, 앞선 경기에서의 부진이 오히려 결승에서는 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앞 경기에서의 부진이 도리어 부담감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고, 이로 인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제 만 22세에 불과한 채유정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남자 대표팀의 약화로 인해 세대교체가 가속화된 가운데, 여자 선수 중에서는 채유정이 단연 돋보이는 '세대교체 기수'다.
채유정은 "이번 대회 전부터 대표팀 전력이 약화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가 잘 하면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현실로 이뤄져서 좀 더 감격스러웠고 더 기분 좋았다"며 웃었다.
채유정이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대표팀 선배 김하나(28·삼성전기)를 반드시 넘어야한다. 김하나는 오랜 기간 혼합복식과 여자복식의 간판으로 활약해왔다.
그러나 채유정은 누군가와의 경쟁보다는 스스로의 발전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선수로서는 당연히 욕심이 나지만, 그것은 경쟁이 아니라 내 스스로 내 한계를 이겨낼 때 성장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올라가는 일밖에 없지 않나"며 웃어보였다.
그는 "지금은 혼합복식이 더 잘 맞는 것 같지만, 여자복식에서 잘 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당장 아시안게임도 눈앞에 다가온 만큼, 이번처럼 내 역할을 잘 해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