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바보로 아는 체육회에 아들 못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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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바보로 아는 체육회에 아들 못 맡겨"

좋은연인 0 126 2017.06.01 10:13
김마그너스 어머니 '1인 시위' 속사정,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난달 29일, 김주현(56)씨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는 대한체육회건물 앞에서 ‘1인 의사 표시 발언’을 시작했다. 그가 입은 흰 모시적삼에 ‘불공정한 대한체육회로부터 지급되는 모든 수당, 포상금의 수령을 거부 한다’는 문구가 또렷했다. 보통 ‘1인 시위’라 표현되지만 김 씨는 “뭔가를 쟁취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부당함을 알리고 싶을 뿐이니 시위가 아니라 ‘1인 발언’이라고 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는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김마그너스(19)의 어머니다. 크로스컨트리는 한국 스키에 불모지나 다름없는 종목이지만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김 씨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김마그너스는 평창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기 위해 2015년 한국 국가대표 자격을 취득해 큰 화제를 모았다. 국가대표 유망주를 아들로 둔 김 씨가 ‘1인 발언’을 시작한 이유는 대한체육회의 원칙 없고 형평성에 어긋난 징계 때문이다. 승마선수 김동선(28)은 지난 1월 만취한 상태로 술집 종업원을 폭행해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체육회로부터 국가대표 4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반면 승마협회는 같은 사안을 두고 지난 3월 견책이라는 징계 유형 중 가장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김동선 측은 “국가대표 4년 정지면 해당선수에겐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승마협회 징계가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일자 체육회는 지난 1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재심의 했지만 징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김 씨를 지난 30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났다.

-‘1인 발언’을 통해 체육회가 주는 국가대표 수당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승마선수의 징계와 관련한 체육회의 판단은 불공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육회에서 지급하는 수당에는 명예로움이 없어요. 국가대표 수당은 급여 개념과는 다릅니다. 국가대표로 공식 인정받는, 일종의 내 ‘명예의 영수증’입니다. 그러면 이 돈에 명예를 느껴야 하는데 오히려 수치를 느낀단 말이에요.”

승마협회와 체육회의 징계는 지난 4월 스키협회 중징계와 대조된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크로스컨트리 남자 대표팀 선수 5명 중 4명이 대회 기간 맥주를 마신 사실이 드러나자 스키협회는 실업 선수 2명에게 6개월, 대학 선수 2명에게는 4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들은 2017~18시즌 국가대표에서도 제외됐다. 김마그너스는 술을 마시지 않아 징계 대상은 아니었다. 김 씨가 작정한 듯 말을 이어갔다.

“스키협회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뼈아픈 제 살 깎기를 감수한 거잖아요. 평창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기량이 가장 좋다는 네 명을 내칠 때는 엄청난 아픔을 감수한 겁니다. 그런데 체육회는 뭐죠? 하부 조직이 원칙을 지키는 데 상부 조직은 왜 안 지키는 거죠?”

-승마협회가 ‘국정농단’ 사건에 휩싸인 지 얼마 안 된 시점인데...

“모든 국민에게 치욕을 안긴 겁니다. 그 사건이 벌어지고 1년이라도 지났으면 모르겠어요. 아직도 너무 생생하잖아요. 불과 얼마 전까지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던 승마협회가 이렇게 나온다는 건 정말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그냥 이렇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야 합니까.”

-‘1인 발언’에 대한 체육회 반응은?

“직원들이 나와서 윗사람들이 심기 불편해하니 가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윗사람들은 나의 종이니까 주인이 왔다고 아뢰라’고 말했어요. 종이 불편하면 주인한테 와서 어디가 불편하냐고 직접 고하지 왜 나보고 나가라는 거냐고요. 난 이곳의 주인이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거란 염려는 안 하셨는지.

“마그너스는 사심 없이 한국 대표를 택했습니다. 국가대표로 뛰기 수월해서 온 게 아니에요. 지금도 얼마든지 노르웨이 국가대표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마그너스는 한국을 너무 사랑해요.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표로 뛰고 싶은 것뿐입니다. 크로스컨트리나 바이애슬론 같은 종목이 한국에서 워낙 열악하니 개최국 얼굴을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에요. 한국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동계올림픽의 꽃은 크로스컨트리입니다. 그 꽃밭에 마그너스도 꽃을 하나 심고 싶은 겁니다. 한국 스키 발전에 마그너스가 작은 주춧돌이 되고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 해요. 그러려면 체육회가 눈을 떠야 합니다. 이런 체육회에 난 아들을 맡길 수가 없어요.”

-아들은 ‘1인 발언’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는지.

“걱정이 많죠. 하지만 하지 말라고는 안 하더라고요. 제가 그랬어요. ‘나는 이 돈(수당) 못 받겠다’고요. 우리가 ‘목구멍이 포도청’도 아니고 설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해도 ‘이 돈은 못 받겠다’고요.”

김 씨는 지난 23일 노르웨이에서 귀국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들어왔지만 귀국길에 체육회 뉴스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거의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1인 발언’을 시작했다. 31일부터는 서울 광화문이나 명동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체육회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6일 노르웨이로 돌아가는 그는 “체육회 결정이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1주일에 한 번씩 노르웨이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1인 발언을 이어갈 것이다. 노르웨이에 국가 공공기관이 대사관뿐이라 그 방법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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