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자탁구 순위 1∼3위를 차지하는 중국 남자탁구 국가대표팀이 다음 달 2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개막하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호주오픈 출전을 전격 취소했다.
30일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탁구협회는 29일 남자탁구 국가대표팀이 호주오픈에 불참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대표팀이 너무 피곤하고 부상이 심해 대회에 참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어 국제탁구연맹과도 충분히 협의하고 이해를 구했으며 선수들은 필요한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그러나 여자탁구 국가대표팀은 예정대로 호주오픈에 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남자 대표팀의 출전을 취소한 것은 세계 랭킹 1위인 마룽(馬龍)과 2위인 판전둥(樊振東), 3위 쉬신(許昕)이 지난 23일 중국오픈 시합 도중 류궈량(劉國梁)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에 항의해 출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기를 거부한 표면적 이유는 감독 경질에 대한 반발이지만 중국 체육계 내부에서는 공산당에 의해 '낙하산'으로 내려온 비선수 출신 관료들에 대한 반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 탁구팬과 누리꾼들 대다수는 "선수는 금메달 따는 기계가 아니다"라거나 "권력에 맞서 후배들을 보호하는 용기를 지녔다"고 평가하면서, 이들 선수의 행동에 동정심을 표시했는가 하면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류궈량 감독은 세계 탁구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챔피언 출신으로 선수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중국오픈 시합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갑자기 중국탁구협회 부회장으로 발령이 났다. 겉으로는 영전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대표팀에서 손을 떼야 하는 경질성 인사조치였다.
중국 체육계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중국 체육행정 최고 기관인 국가체육총국에는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 훈련을 거쳐 진입한 운동선수파와 고학력에 행정 경험을 갖추고 공산당에 의해 선임된 행정관료파가 노선 투쟁과 세력 싸움이 벌어진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행정관료파인 거우중원(苟仲文) 국가체육총국장과 운동선수파인 차이전화(蔡振華) 국가체육총국 부국장이 올가을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체육계에 할당된 당 중앙위원 자리를 놓고 알력 중이라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제탁구연맹은 홈페이지에서 "장지커(張繼科), 판전둥, 쉬신, 옌안(閻安), 량징쿤(梁靖昆), 린가오위안(林高遠) 등 중국 남자탁구대표팀 선수 전원이 출전을 취소해 실망스럽다"며 유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