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웨인 존슨(45, 미국)의 대선 출마 선언 해프닝에 그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캠페인위원회까지 설립되며 미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더 락’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WWE 출신의 프로레슬러이자 영화배우인 존슨이 지난 5월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의 코미디 쇼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에 출연해 2020년 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그를 지지하는 캠페인위원회까지 설립되는 해프닝을 낳았다.
FEC(Federal Election Commission,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기록에 따르면 지난 10일 존슨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캠페인위원회 설립안이 제출됐다. 위원회의 공식 명칭은 ‘Run the Rock 2020'으로, 발기인은 웨스트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켄튼 틸포드라는 작가로 알려졌다.
이러한 해프닝의 배경에는 최근 미국의 차기 대선 주자로 유명인인 존슨의 이름이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존슨은 지난 5월 남성지 ‘GQ’와의 인터뷰에서 현 미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보다 더 나은 리더십과 책임, 그리고 균형을 보고 싶다”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런데 이후에도 관련 주제가 계속 오갔고,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가능성 있는 일(a real possibility)”이라고 답변해 화제가 됐다.
이러한 발언이 나온 지 불과 2주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5월 SNL에 출연한 존슨은 “과거에는 대선 출마를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자격이 넘쳐서 걱정될 정도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함께 출연한 영화배우 톰 행크스를 부통령 후보로 추천하며 프로그램 말미에는 그의 손을 맞잡고 “우리가 (출마) 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 출마 선언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뤄진 것으로 유머를 위한 소재였다. 존슨과 행크스는 출마를 선언한다고 말한 이후에 “미국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 피자와 우리를 제외하면 미국인들은 도통 동의라는 것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거나 “세계 제2차 대전을 다룬 영화에 무려 10편이나 출연했으니 100% 투표율로 승리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농담을 던지며 출마 선언이 유머였음을 암시했다. 실제로도 존슨은 이날 SNL을 통해 “출마 선언은 그저 조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존슨의 대선 출마 선언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WWE 출신의 선수 및 관계자들이 미국 정치권에서 알게 모르게 많이 활약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성공적인 정계 입문 사례는 WWE의 CEO인 빈스 맥마흔의 아내 린다 맥마흔이다. 맥마흔은 오랜 기간 공화당 소속의 정치인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2010년에는 WWE 본사가 위치한 미 코네티컷 주 공화당 후보로 연방상원의원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중소기업청장으로 린다 맥마흔을 임명하면서 장관으로서 정치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케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WWE 출신의 프로레슬러 글렌 제이콥스 역시 공화당 소속의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제이콥스는 지난 4월 공화당 후보 자격으로 테네시 주에 있는 녹스 카운티 시장에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 외에도 ECW, WWE 출신의 프로레슬러 라이노(본명 테런스 가이도 게린)가 지난해 11월 공화당 소속으로 미국 미시건주 디어본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가볍게 웃어넘기기에는 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의 선례가 크다. 물론 트럼프는 기업인 출신으로 프로레슬링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그동안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WWE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수차례 중역으로 방송에도 출연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WWE 명예의 전당’에까지 헌액되며 버젓이 WWE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기까지 했다.
트럼프는 이후 지난 2016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이벤트성 출마로 보여졌던 트럼프의 대선 행보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WWE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트럼프는 이후 중소기업청장에 린다 맥마흔을 내정하면서 은혜(?)를 갚기도 했다.
물론 존슨이 스스로 ‘농담’이라고 밝힌 만큼 그의 차기 대선 출마가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FEC는 미국 내에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캠페인위원회를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캠페인위원회 설립안이 FEC에 등록되고, 이와 관련해 존슨의 출마 선언이 일부 언론매체에서 실제 상황으로 오인하여 보도하면서 또 다른 웃음을 주고 있다. 동시에 존슨이 미국 사회에서 대중적으로 얼마나 큰 인기와 영향력을 갖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