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D-200 <중> 인프라 활용 대책 시급
부분 철거 후 구체 활용 계획 없어
"개최지서 개·폐회식" 평창 민원에
다른 경기장 활용 방안 물 건너가
밴쿠버·토리노는 개회식장 재활용
프로축구단 홈구장으로 써 인기올림픽 플라자는 3만5000석의 관중석과 7층 규모의 본관동 건물로 이뤄져있다. 박영성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개·폐회식장 건설팀장은 “7월 17일 기준 공정률이 85.7%다. 9월 말까지 공사를 마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이 올림픽 플라자는 ‘시한부 운명’이다. 1000억원 내외의 건설비가 투입됐지만 단 나흘만 쓰고 부분 철거된다.허병규 강원도청 올림픽 운영국 과장은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2019년 11월까지 공연장과 기념관·생활체육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후 활용 설계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은 시작부터 논란거리였다. 올림픽 유치 당시엔 알펜시아 스키점프장을 확장해 개·폐회식장으로 쓸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개·폐회식을 거행하면 경기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자 2012년 7월 조직위와 강원도는 별도의 개·폐회식장을 횡계 고원훈련장에 짓기로 했다.
난방장치 없어 영하 기온서 벌벌 떨어야
그러나 정부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2014년 11월 강릉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해 개·폐회식장으로 쓰자는 안을 내놓았다. 이번엔 평창 주민들이 “개·폐회식은 반드시 주최 도시에서 열려야 한다는 올림픽헌장 34조를 지켜라”면서 반발했다. 일부 주민들은 개최권 반납도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강원도는 개·폐회식장을 신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평창 조직위 관계자는 “관중 대부분이 무릎담요와 핫팩에 의존한 채 4시간 넘게 떨어야 한다. 마땅한 대책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게다가 화장실도 크게 부족하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3만5000명이 입장하는 올림픽 개·폐회식장엔 임시 화장실만 10개뿐이다.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의 사후 유지관리비는 연간 40억~50억원으로 추산된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사무국장은 “인구 6만 명의 평창군 재정자립도는 10%대(2015년 기준 17%)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평창이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경기장 관리를 위한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희준 동아대(생활체육학) 교수는 “스포츠 메가 이벤트의 경기장 건설 과정을 지켜보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주민들보다도 건설업자를 더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경기장의 사후 유지관리비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인구가 4000명뿐인 횡계리에 세워진 올림픽 플라자의 사후 활용 방안이 과연 뭐가 있겠나.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도 힐링센터 등 지속가능한 스포츠·문화·관광 인프라로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세계생활체육연맹과 국회 올림픽특별위원회 등이 주최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레거시 심포지엄’에서 장태수 서울대 교수는 “스위스의 건강센터인 클리닉 라 프레이리는 1주일 이용료가 2만∼3만 달러(약 2200만~3300만원)나 되는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평창 겨울 올림픽 국제방송센터를 건강센터로 리모델링한 뒤 개·폐회식장 등 올림픽 시설과 연계해 세계적인 종합 건강 휴양단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2010~2013년 영암 포뮬러 원(F1),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 최근 국내에서 열린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마다 큰 적자를 봤다. 하지만 잘못된 결정을 해놓고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평창올림픽 경기장의 사후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