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알못도 알기 쉽게 오목으로 보는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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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알못도 알기 쉽게 오목으로 보는 알파고

지수귀문도 0 180 2016.03.11 09:58


알파고와 정치를 비교한 글을 하나 썼는데...
이번에는 바둑은 아니고 오목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알파고의 수가 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지?
그리고 최선의 수를 두는데도 왜 이세돌이 지는지?
바알못이라 잘 와닿지 않는 분들을 위해 오목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때 친구들끼리 노트에 줄을 그어서 오목을 하곤 했습니다.
그때 저는 나름대로 오목이라면 도가 텄다고 생각을 하고 이길 자신이 있었습니다.
누구랑 붙어도 오목 정도는 자신있었거든요. 머리도 꽤 똑똑하다고 자부했구요.

그런데 어떤 친구 하나가 오목을 이상하게 두는 겁니다.
저로서는 완전히 이해가 안가는 수를 두는 친구였어요.
그리고 그 친구는 연달아 세번인가 네번을 저를 이겼습니다.
저는 도저히 납득이 안됐죠. 난 잘 했는데 내가 왜 졌지???

그 친구의 수를 잠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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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제가 백돌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오목은 5개를 먼저 놓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저는 당연히 5개를 먼저 놓으려고 애를 썼구요.
그 친구는 제 돌이 5개가 되는 걸 막으려고 했겠죠.

그런데, 판이 길어질 수록 친구의 수에 납득이 안되는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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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는 저로서는 납득이 안됐어요.
오목이란게 각자 한 턴씩 돌아가는 게임이라 한번의 기회가 소중한 법인데
저런 식으로 의미없는 수를 두면서 기회를 날려버려도 되나??

저 수는 정말로 제가 보기에 '의미'가 없었거든요. 무의미한 수입니다.
그리고 기회를 날려먹었으니 악수 중의 악수죠. 나쁜 수입니다.
저 빨간 네모칸의 수도 그렇고 오른쪽 위의 수도 당장은 무의미한 수입니다.
상식적으로는 빨리 3개를 먼저 완성한 다음 4번째 수로 공격을 해야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백돌은 5개를 놓으려고 정말 아주 착실하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흑돌은 거의 방어나 급급하게 하는 수준입니다. 그런 와중에 저런 무의미한 악수를 두죠.
흑은 5개로 이길 가망이 없어보입니다. 아직 3개나 4개도 완성된게 없거든요.

그런데 게임이 지속될 수록 양상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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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 5개를 만들려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고,
흑은 5개가 될 기미가 안보이고 방어나 간신히 하면서 무의미한 수가 간간히 섞여있구요.
그런데 백이 고전하게 됩니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게 돼버렸었어요.

결과적으로 세판 네판을 그 친구에게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졌다는 것에 스스로도 납득이 안되고 이해할 수도 없어서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내 게임 방식에 실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뒀던 수는 상식적으로 다 맞는 수였다.
다른 사람을 상대로 거의 져본적이 없는데 어째서 너하고의 게임은 내가 항상 지느냐... 
나를 이기는 방법이 대체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비법이라면서 저에게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솔직히 허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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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머릿속에 이런 그림을 그려놓고 게임을 했던 거였습니다.
그리고 저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 한수 한수를 뒀죠.

저 안에서는 백은 무슨 짓을 해도 5개를 절대로 못만듭니다.
백은 어디에 돌을 놓아도 4개밖에 놓을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게임이 지속될수록 흑은 5개를 놓을 방법이 많아집니다.
20수를 두든, 30수를 두든, 100수를 두든 백돌의 방법으론 절대 못이기는 거였죠.
반면 흑돌은 띄엄띄엄 두니까 20수 30수 길어질수록 유리해지는 거구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흑돌들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수들이,
사실은 나 혼자만의 가치이고 의미를 부여했던 겁니다.
저 그물망을 눈치채지 못하면 게임에서 결코 이길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백이 아무리 상식적인 수를 열심히 두고 최선을 다해도,
저 그물망 안에서는 이길 수 없는 구조였어요.

상식적으로 백의 모든 수가 의미가 있는 수였습니다. (5개를 만들기 위한)
반면에 흑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곳에 돌을 놓고 있었어요. (그물망을 만들기 위한)
백은 기회를 소중하게 써먹었고 흑은 기회를 날려먹는 수가 많았죠.
그런데 나중에 보면 백이 두었던 그많은 수들이 의미가 없어지고
흑이 두었던 무의미하게 보였던 수들이 의미가 됩니다.

이건 보는 관점에 따라서 완전히 하늘과 땅이 뒤바뀌게 됩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이게 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언제든 관점에 따라서 뒤바뀔 수 있고... 그 그물망을 발견하지 못하면 결코 이길수 없다는 것을 알았죠.


이게 인간이 게임하는 방식과
알파고가 게임하는 방식입니다.
오목으로 쉽게 비유해봤습니다.

(물론 바둑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룰이 달라서)
(다만 바알못인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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