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울릉도 옆에 독도가 그려진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채색 필사본이 일본에서 또다시 발견됐다.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김성수 청주대 교수,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 일본 도야마대 명예교수와 함께 일본의 한 소장가가 보유한 대동여지도 필사본을 조사해 전체 22첩 가운데 14첩 1면에서 울릉도 오른쪽에 '우산'(于山)이라고 적힌 작은 섬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독도가 그려진 대동여지도는 일본 국회도서관에 한 첩이 있다고 전하며, 재단법인 한국연구원이 한 첩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연구원의 대동여지도는 등록문화재 제638호이기도 하다.
대동여지도 필사본은 고산자 김정호가 제작한 목판본을 보강해 만든 지도로, 목판본에는 독도가 표시돼 있지 않다.
남 교수는 "김정호가 1834년 완성한 채색 청구도를 보면 독도가 울릉도의 오른쪽에 그려져 있으나, 이보다 후대에 만든 대동여지도에는 독도가 없다"며 "목판본에서 빠진 부분을 후대에 필사본을 제작하면서 보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발견한 대동여지도 필사본은 한국연구원의 지도와 매우 유사하다"면서 "울릉도의 상부에 '우산도는 울릉도의 동쪽에 있다'는 문장이 품격 있고 세밀한 필체로 기록돼 있다"고 부연했다.
울릉도 상부의 글에는 강원감사 조최수가 울릉도를 시찰하고 보고한 시점이 '영종(英宗) 12년'으로 돼 있다. 영조의 묘호는 1889년까지 영종이었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독도가 그려진 대동여지도 필사본은 대동여지도 목판본이 간행된 1864년부터 1889년 사이에 제작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대동여지도 필사본에서 두만강 하구에 있는 섬인 녹둔도에 '선조 병무년(1586)에 둔전(屯田, 군량을 충당하기 위해 요지에 설치한 땅)을 두었다'는 글이 적힌 점도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구는 여진족의 침략을 방어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 녹둔도가 명실상부한 조선의 영토임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로 쓴 것이라고 남 교수는 주장했다.
이외에도 대동여지도 필사본에는 목판본에는 없는 지명, 건축물, 역사적 기록 등 각종 지리정보 2천여 건이 추가로 기재됐다.
남 교수는 "독도가 그려진 대동여지도 필사본은 여러 벌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목판으로 대동여지도를 인쇄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자 중앙의 기관에서 조직적으로 필사본을 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