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 삼성동 남양주택 마을 3채 사들여
주변 집보다 2배 높은 ‘높이 8m짜리’ 대형건물 1채 지어
주민들 “조망권 침해” 플래카드 걸고 ‘건축승인 보류’ 진정
구청 “불법 아냐”…대림산업 “허위사실 게시물 철거” 맞서
주변 집보다 2배 높은 ‘높이 8m짜리’ 대형건물 1채 지어
주민들 “조망권 침해” 플래카드 걸고 ‘건축승인 보류’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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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한 채에 40억원을 웃도는 고가 단독주택 13채가 모여 있는 서울 삼성동 남양주택 마을에 고급 주택가와 어울리지 않게 펼침막이 어지러이 내걸려 있었다. ‘대림산업 재벌총수는 30년 삶의 터전인 남양주택단지의 조망권과 생활권을 송두리째 빼앗아도 되는 겁니까? 임의대로 콘크리트 장벽을 쌓은 대림산업은 건축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들에게 사죄하십시오.’ 강남 한복판에서 조용한 교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최고급 주택단지에 이런 펼침막이 내걸린 건 지난 5월, 거대한 콘크리트 담장으로 주변을 두른 집 한 채가 단지 내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운전기사에게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고 하는 등 갑질을 해 논란에 휩싸였던 대림산업 이해욱(49) 부회장의 집이다. 사건은 이 부회장이 이 마을 주택 세 채를 사들이던 2014년 10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재벌 회장이 단지 내 집을 사들이자 주민들은 내심 환영했다. ‘재벌이 이웃이 되면 뭐라도 이득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듬해 이 회장은 사들인 세 채를 헐어 한 채로 만드는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지난 5월 마무리됐다. 공사를 마친 새 주택에 주민들은 기겁했다. 단지 내 다른 주택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초대형 저택이었기 때문이다. 세 채가 하나로 이어진 높이 8m 짜리 거대 건물은 4m 높이의 2층 남짓한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던 단지에서 홀로 튀었다. 이 부회장 맞은 편에 사는 이화희(60)씨의 경우, 집에서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예전엔 아담한 이웃집 정원과 뒷편 나무들이 보였지만, 지금은 진회색 높다란 담벽만 시야에 가득찼다. 2001년 입주해 사는 이씨는 “공사 전 주민 설명회를 열었을 땐 분명히 다른 집들과 비슷하게 짓기로 했다. 주민들이 동의를 해주고 2년간 공사 불편도 참아왔다. 가림막을 제거하고 보니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벽처럼 세워져 있어 너무 놀라 ‘악’ 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1983년 처음 분양될 때부터 남양주택 마을에 사는 홍명희(77)씨도 “한울타리에서 비슷한 집들끼리 30년 넘게 살았는데 저렇게 제멋대로 지어버려 동네 분위기를 다 망쳤다. 같이 살 마음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플래카드·대자보 등을 붙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11일에는 서울 강남구청에 ‘건축 사용 승인 처리를 보류해 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이 부회장 건물은 합법’이라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주민들 민원에 대한 답신에서 “귀하의 민원사항은 민원인 당사자 간 해결해야 할 민사적인 사안으로 우리 구가 사용승인을 불허할 순 없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구청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민들 마음이 이해는 되지만 현행 법상 위반 사안이 없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윤하 건축사도 “기존 주민 입장에서 사는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이 부회장 건물의 높이가 보편적 기준에 비춰 ‘조망권을 훼손할 정도로 높다’고 보기 어려워 소송을 해도 승소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쪽도 강경대응하고 있다. 대형 로펌을 동원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펼침막과 대자보 철거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주민들에게 보냈다. 주민들은 지난 25일 플래카드·대자보 등을 모두 철거했다. 이 부회장 자택 건설 책임을 진 김상훈 대림산업 현장소장은 “2년 전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들께 조감도까지 보여 드리며 양해를 구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조감도와 실제 건물 느낌에 차이가 있는 건 건설 현장에서 흔히 생기는 일이다. 주민들 마음은 이해된다. 계속 양해를 구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림의 물적·인적 자원을 전용한다’는 플래카드·대자보의 내용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서 가만히 있으면 인정하는 꼴이 될까 봐 내용증명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 이씨는 “이 부회장 쪽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하지만 이 부회장 쪽이 별 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강남구청 상급기관인 서울시나 청와대에 진정을 넣거나 소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다른 주민들과 의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양진 황금비 기자, 최소연 교육연수생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