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슈가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발품뉴스' 시간입니다. 택시 요금이 인상된 지 이제 두어달…소비자는 부담이 큰 반면, 택시 회사는 돈을 좀 벌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정작 찾아가보니 택시 회사는 지금 줄줄이 도산 중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윤정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은평구의 택시 차고지입니다.
영업 나간 차 하나 없이 빽빽합니다.
고지서가 겹겹이 붙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텅 빈 사무실은 전기도 끊어 졌습니다.
최근 문을 닫은 마카롱택시 사무실입니다.
[김충식/마카롱택시 대표 : {이건 다 뭐예요?} 차 키 꽂이예요. 차 키가 다 압류 들어갔습니다.]
민트색 제복, 유아용 카시트, 차량용 냉장고 등으로 택시 업계 바람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창고에 흔적만 남았습니다.
[김충식/마카롱택시 대표 : {요금도 좀 올랐고 재기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요금이 꾸준히 오르는 것도아니고 갑자기 올려놓으니까 결국 시민들은 다 떠나고 어떻게 재기를 하라는 겁니까.]
다른 택시 회사도 사정이 어렵습니다.
[김충식/마카롱택시 대표 : 저기 옆에도 법인(택시)회사인데, 저기도 (차량의) 반은 폐차시키고 절반은 가동이 다 돼야 하는데 그마저도 지금 서 있는 겁니다. 저 회사도 상당히 심각하죠.]
모처에서 만난 택시 회사 사장 A씨.
[A씨/법인 택시회사 대표 : 돈 꾸러 다녔는데 못 꿨어요. 제2금융권도 이제 돈 안 빌려주고 당장 지금 3월을 넘길 수도 없다니까요.]
이 회사의 지난달 장부입니다.
2억5784만원을 벌었는데 급여 연료비 차 할부금 등 나간 돈은 3억412만원 요금 인상 첫 달 4600여만원 적자를 본 겁니다.
[A씨/법인 택시회사 대표 : 전세자금도 빼서 8억을 넣었어요. 길거리에 나앉아야 해요. 지금 근로자한테 월급 못 주면 구속감이거든요.]
택시 회사가 이렇게 어려워진 원인은 뭘까 택시 단체에 물어봤습니다.
[이양덕/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 : 제가 명확하게 말씀드릴게요.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닙니다. 대중교통이면 걸맞은 수준을 지원해달라는 거죠. 아니라면 요금 규제라든지 이런 건 대폭 완화해줘야 된다는 거죠.]
인건비, 유류비는 크게 오른 반면 정부가 지원없이 요금만 묶어놔 재무구조가 엉망이 됐다는 겁니다.
요금 인상도 이번같이 한꺼번에 폭이 너무 크면 부정적 인식만 더할 수 있다 우려합니다.
[이양덕/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 : 물가에 연동해 그때마다 현실화가 될 수 있게 그러면 어느 정도의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없어질 거고…]
정부도 대책을 내놓지만 택시 회사는 도움이 안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정훈/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 요금인상, 부제 해제는 다 개인택시를 위한 정책입니다. 이렇게 되면 법인택시는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소비자는 어떤 영향을 받나요?} 개인만 남는다면 투자가 이루어지겠습니까? 택시 서비스 개선은 어렵겠고요. 궁극에는 택시 전체가 플랫폼 업체에 종속되는 겁니다.]
이러는 사이 소비자는 이미 택시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미진/서울 미아동 : 지금은 (택시를) 거의 안 타요. {2월 이후 하나도 안 타세요?} 네 맞아요. {왜 안 타세요?} 요금이 갑자기 올랐죠, 조금씩도 아니고 40% 정도 오르면 부담되죠.]
서울 요금을 따르려던 다른 지자체들은 이런 여론을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산시청 관계자 : 저희가 뭐 독단적으로 서울처럼 하겠어요? 눈치 보고 있거든요.]
[경남도청 관계자 : 4월경에 인상을 계획했다가 시기를 조금 재조정하기로…]
[전남도청 관계자 : 검토 중이라고밖에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택시 요금을 둘러싼 정부의 빠르고 현명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디자인 : 김현주, 인턴기자 : 이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