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제천에서 발생한 토막살인사건 용의자의 행적을 추적한다.
2003년 3월, 충청북도 제천의 인적 없는 야산에서 토막 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머리와 몸통, 다리가 분리된 시신은 차가운 땅 속에 가지런히 묻혀 있었다. 가까스로 채취한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한 결과, 사망자는 서울에 거주하던 50대 여성 구 씨. 그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연고도 없는 곳에 몰래 묻어 둔 이는 누구일까.
경찰은 변사자 신원 확인 후 단 이틀 만에 용의자를 특정 및 수배했다. 변사자의 통화 내역과 금융 거래 내역 조회, 주변 인물의 행적 조사 결과 모든 정황이 한 명의 용의자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범인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했다.
시신 발견 후 도주한 범인을 잡기만 하면 해결될 줄 알았던 이 사건은 여전히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용의자의 얼굴과 이름이 이미 전국에 공개 수배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그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경찰들의 수사망과 수많은 눈을 피해 이렇게 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는 어떻게 지금까지 검거되지 않을 수 있었나.
용의자의 흔적을 찾아,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난 제작진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용의자는 다른 이름과 직업을 가진,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 용의자는 타인의 이름으로 차와 휴대폰을 사용하고, 집을 계약하고,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며 수많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모든 게 다 허위야, 가짜야. 주민등록증, 계좌, 의료보험 카드 이런 게 다. 그리고...생활하는 것도 보면 신기할 정도로 아주 치밀하고” - 당시 형사계장 정관헌 경감 인터뷰 中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타인의 이름으로 사는 용의자. 그의 행적을 쫓던 경찰들은 번번이 전혀 다른 사람과 맞닥뜨려야 했고, 신 씨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유령처럼 실체가 없는 용의자를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기 전과는 화려하지만 대인 전과가 전혀 없던 그가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 역시, 철저히 감춰 온 본인의 정체가 들통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본인의 정체성이 드러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위기에 처해지면 이러한 수준의 공격성, 살인이라는 범행을 다시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이기 때문에….” -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인터뷰 中
더불어 범죄 심리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본인의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한다면 그는 언제든 동일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추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 용의자를 검거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범인의 미스터리한 행방을 찾기 위해 그의 지난 행적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방송을 통해 제보를 낸 뒤 그의 행적을 쫓던 제작진은 최근 범인과 똑같은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사람의 신원을 확보했다. 여전히 전혀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사진과 지문을 통해 용의자와 동일 인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착된 그의 마지막 행적은 2016년 12월경. 14년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행적,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그의 흔적. 이번에는 그를 잡을 수 있을까.
이날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도주 중인 제천 토막살인 용의자의 행적을 추적하고, 새롭게 발견된 흔적을 통해 그의 행방을 쫓을 단서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