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관계자 모두가 한 마음이었던 분위기다. 이들은 사고 이튿날까지 컵라면과 물로 끼니를 대신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을 나오는 구조대원 모두 ‘구조를 못해 죄송하다’는 것 같은 표정이 드러났다. 밤을 새거나, 차와 가드레인에 기대 쪽잠을 자는 관계자만 보였다. 이날 현장에 밥차가 왔지만, 손바닥 크기 접시 위에 찬 3~4개로 서서 밥을 먹는다.
사고현장은 전일부터 중앙부처 고위 관료, 유력 정치인이 연달아 오면서 원인규명과 후속대책을 예고했다. 이들의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스러운 상황은 현장에서 보인다. 지자체 한 공무원은 부하직원에게 "이 장화 사이즈 맞는거야, 너가 신어봐"라고 사이즈로 핀잔을 준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천막 아래 그늘에서 앉아있다가 '오셨습니다'란 부하 직원 언질에 벌떡 일어난다.
이들이 앉은 천막 밖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햇볕 아래 경찰들이 일렬로 서 진입을 통제하고 자원봉사자, 현장 수습을 위해 교대하는 현장 관계자의 발길이 분주하다. 이런 풍경은 공무원들이 사고 현장이란 영화를 관람하러 온 것 아닌가하는 착각도 든다. 사고 당일부터 이날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 '사망자 00명이라며' '갑자기 하천 물이 불어난거야' 등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을 전화로 주고 받는 공무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구조본부 내 현황판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를 뜬 공무원도 많았다. 기본 사안도 모르고 있는 상급자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