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단식하는 이유는 이재명이 제일 잘 알겠지요. 하지만 그걸 꼭 말로 잘 표현하시고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라가 망해가는데 사람들이 진지하질 않아서.'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현 시국에 대해 한탄하고 있습니다. 대마도에 방폐장을 짓는다는 말이 나오고,
연구개발비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나아가 세종대왕, 이순신까지 부정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무슨 이름없는 극우 유튜버가 아니라 이 정권의 최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저질러 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한탄할 일의 목록은 이게 아니라도 끝이 없죠. 대통령 일가 비리나
외교 경제문제는 적지도 않았습니다. 조국집안의 참상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진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노는 하는데 진지하지는 않은 겁니다.
윤석렬 당선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것이 가장 크죠. 언론이며 재벌들이며 검사들이 하는 일을 보고 있으면
나라가 한번 망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기 쉽습니다. 일종의 허무주의에 빠진 상태랄까요.
지금 상황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직전이랑 비슷합니다. 그때도 설마 사람들이 아무리 눈이 멀어도
이명박같은 사람을 뽑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진짜로 일어났었죠. 그리고 급속도로 나라가 망해갔습니다.
저같은 일반인이 아는 것만 해도 이런데 노무현같은 사람들이 듣는 말들은 참혹한 것이 너무 많았겠죠.
널리 알려진 일들만해도 그렇습니다. 데려다가 물고문을 안한다는 것이지 그때나 지금이나 법을 써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일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때 실제로 뇌종양에도
불구하고 보석을 받지 못했던 강금원같은 분도 있었습니다. 이분도 노무현 서거 얼마 후 돌아가셨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나라는 무섭게 망해갔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좌절할 뿐 진지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의 당선을 보고 배신감으로 상처입은 것이 크고 한국인이 이렇다면 정말 희망이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말 윤석렬 당선 이후랑 비슷하죠. 저도 개인적으로
그때 한국이 영영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명박을 뽑은 이상 이제 희망은 없다고 말이죠.
하지만 역사는 다르게 흘렀습니다. 망하기는 커녕 문재인 정권때는 마치 한국이 세계 정복이라도
할 것처럼 정점을 달렸죠. 경제성장률도 OECD1등이고 국민소득도 많이 올랐습니다. 세계의 강대국들이
한국 눈치를 보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느새 길에는 슈퍼카가 즐비해졌습니다. 물론 한류가 절정을 달린 것도
한 몫을 했죠. 날마다 주모 같은 단어를 외치며 국뽕에 빠져드는 나날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세계가 힘들 때
한국만이 유일한 선진국이었던 것같은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세계에서 돌아가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 것같았습니다.
좋았던 기억을 제쳐두고 다시 노무현 대통령 살아계셨을 때로 돌아가 봅시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방궁을 지었다고 말하고,
노무현이 간 식당들도 세무조사받던 그 시절로 말입니다. 저는 이명박의 당선으로 6개월은 신문을 보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한국인에게 실망이 들었습니다. 사람들도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배신감과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영혼이 빠져나간 상태로 살았달까요. 나라가 망하는줄 알면서도 진지해 질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한국인들이
결국은 세계에 유례없는 촛불집회로 박근혜를 물리치고 그 대단한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진지해 졌기 때문입니다. 꿈꾸던 것같은 허무주의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진지함을 만들어 낸게
노무현의 죽음이었습니다. 노무현이 죽을 때 눈물흘리면서 그분에게 너무나 큰 빚을 지었기 때문에
내가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적이지만 그밖에도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노무현이 죽어서 나라가 망하는 것을 멈췄고 결국은 어렵지만 망하는 걸
뒤집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때도 민주당은 엉망이었고, 촛불탄핵집회도
민주당같은 야당이 주장해서 된 게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거의 포기상태였고 절망해서 진지해 지지 못했는데
노무현에 대한 부채가 나라를 구한거라고 저는 지금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병이 일어난거죠.
당시 촛불집회에 나가서 저는 치유받았다고 적은 적이 있습니다. 이명박의 당선때 마음을 다쳐서 괴로웠는데
질서정연하게 박근혜 탄핵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결과는 어찌되건 이 나라가 그렇게 희망은 없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의 치유를 받게 되더군요. 그렇게 해서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던 한국의 봄이 왔던
겁니다.
이제 이재명으로 돌아갑시다. 야당대표로서 누구보다 세상의 진실을 더 많이 보고 있을 이재명은, 그리고 노무현이상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은 노무현과 같은 이야기가 하고 싶을 것입니다. 나라가 설마 망하겠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나라가 진짜 망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모두가 진지해 진다고 갑자기 다시 봄이 오지는 않겠지만 배신감과 상처입은 마음때문에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동안
나라는 망해가고 있습니다. 진짜로 망하기 전에 사람들이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리면 한국에 다시 봄이 오겠죠.
이명박이나 박근혜 당선도 그랬지만 윤석렬 당선을 봐도 그게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에는 진지해지고 다시 허무주의에서 벗어날거라면 그게 다시 한번 누군가의 피를 보고 난
후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재명도 정치가이고 다 계산이 있을거다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물론 계산이야 있겠죠. 하지만 그 절박함을 과소 평가하는게 바로 아직 진지하지 않은 것이고,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요.
이재명의 계산이란 이번에는 내가 죽을 차례인가 일 수도 있습니다. 너무 과신하지 마십시요.
이 세상에는 진짜 애국자들도 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죠.
[출처 : 오유-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