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일 페이스북에 “산초, 검찰, 페이스북은 ‘거짓말쟁이’다.” 라고 적었다가 큰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아마 오유 시사 게시판 정도 되는 곳이라면 나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그 뒤로 계속, 주욱, 한 순간도 빠짐 없이 민간인 사찰에 시달리고 있다. 당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 늘 찝찝한 더러운 기분.
그런데 요즘 우리집이 대대로 우리나라에... 아니 ‘국가’에 찍힌 집안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든다.
육사를 가는 것이 곧 출세이던 시절에, 광주 어느 가난한 동네의 유명한 영재였던 우리 아버지는 육사 필기시험을 두 해에 걸쳐, 두 번 붙고도, 면접에서 계속 낙방했다. 아버지를 안쓰럽게 본 면접관이 조용히 불러 낙방의 이유를 알려주었는데... 가족 중에 북으로 머리를 쓴 사람이 있어 연좌제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애인이 있어 당당했던 추석...
엄마의 뒷바라지로 서울대를 나온 세 삼촌들... 언제나처럼 조상 복이 없어 가난하다는 불평... 언젠가 한번 내 아버지의 아버지인가 아버지의 할아버지인가가... 죽고 난 뒤에 사망신고를 제대로 안 해서, 어떤 나쁜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북으로 머리를 쓴 죄’를 덮어씌웠다는 이야기...
아버지는 육사대신 입학한 하사관학교에서 일기장에 “전두환 개X끼”라고 썼다가 군모를 쓴 채 지휘봉으로 2시간 동안 구타를 당하셨고, 그 뒤로 정신분열성 양극성 정동 장애(schizophrenic bipolar affective disorder)라는 긴 이름의 정신질환을 얻으셨다.
아버지는 늘 웃으시면서도 한편으로 늘 무엇인가를 두려워하셨다. 때로는 정신이 나가셨다. 내 중3 생일 때는 1인분에 3300원인 삼겹살 집에서 당신이 재림 예수라고 고백하셨다. 절망감에 펑펑 울었던 기억...
“실제로 내 할아버지 혹은 증조 할아버지가 정말로 북으로 머릴 썼던 사람이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감은 잠재의식 속에 항상 있었던 것 같다. 무서웠다. 91년생도 할아버지가 사람들이 욕하는 소위 ‘빨갱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충분히 두렵다. 그리고 내 학창시절에는 일베가 또래 문화 곳곳에 스며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 부모님 두 분이 모두 광주 출신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숨겨야만 했다.
“광주는!”
의자에 올라선 한 아이의 의기양양한 외침.
“하나의 폭동이야!”
아이들의 화답.
...
"자 오늘은 단소의 올바른 운지법을 처음 배워 볼거다. 다들 단소 가지고 왔지?"
“ㅋㅋㅋㅋ"
아이들의 웃음.
"뭐야~? 왜 그래?"
선생님의 의아함.
"운지! 운지!”
아이들의 이구동성.
교실에서 아이들이 그러고 놀던 시절이었다.
세 삼촌들이 자신들의 조상복 없음을 탓했던 것처럼, 박정희가 과학기술을 중시해 세운 고등학교와 대학교ㅡ두 학교 모두 학교 지하에 ‘벙커’가 있었다ㅡ를 나온 나는 부모님이 광주 출신이고, 가족 다섯이 고작 위성 도시의 열 네 평 빌라에 산다는 사실에 강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꼬여버릴대로 꼬여버린 내 인생을 풀기 위해, 정직하게 내 자신의 삶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
영화 <댓들부대>에서도 디테일하게 암시되는데, ‘산초’의 타겟이 되면, 아래아 한글이나 마소 워드, 크롬 등에 단어 입력 시 특정 단어 밑에 빨간 밑줄이 뜬다. 내 관찰에 따르면, 그것은 검열의 의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산초: “이런 단어 쓰지 마”),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강조를 위한 경우도 있다(산초: “ㅎㅎ알지?”). 물론 이 빨간 밑줄에 대한 생각은 지금껏 아무에게도 발설해 본 적이 없다. 피해망상을 가진 사람으로 오해받기 딱 쉬우니까. 이를 눈치 챈 한 트위터리안은 대다수의 국민과 관공서에서 애용하는 아래아 한글에서 빨간 밑줄이 맞춤법과는 전혀 없는 것이라는 트윗을 혼신의 힘을 다해 리트윗시켰다. 70.0K 즈음 되었던가... 맞춤법이 틀려도 빨간 줄이 생기는 것도... 사실은 맞았지만... 산초가 그 빨간 밑줄이 생기는 단어의 목록부터 해킹하곤 했으니그 당시 트위터리안들은 아무 말 없이 리트윗을 눌렀다. 그 장면이 늘 아른거린다. 모두들 조용히 숨죽인 채, 무엇인가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무엇인가를 일으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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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을 전부 이곳 오유 시사게에 올리려 했으나 계속 '자1위'라는 단어가 있다면서 필터링에 걸리네요. 아무리 검색해봐도 그런 단어는 이 소설에 없는데...
[출처 : 오유-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