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 대학 영양군 논란에 대한 생각

시사

피식 대학 영양군 논란에 대한 생각

영심이오빠 0 66,603 05.18 09:40

 

영상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꽤 많았다...


나는 이 많은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어느 한 지점을 콕 짚어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비판 분위기에 동조할 수 없다.
이 비판들이 자유, 자세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도전으로 느껴지며 올바른 사회에 대한 아이러니함을 마주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선 논란이 되는 몇 가지 부분을 살펴보려고 한다.
1. 여기가 중국 아니냐,
2. 깡시골,
3. 부대찌개,
4. 공무원, 발령,
정도이다. 이외에도 몇가지 이슈가 더 있지만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1. 여기가 중국 아니냐
이 발언이 비하라는 주장 속에서 사람들이 중국을 얼마나 얕잡아 보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었다. 여기 미국 아니냐? 라고 했다면 그것도 조롱이라고 생각했을까? 여기 프랑스 아니야? 라고 했어도 그것이 비하였을까? 라는 질문에 그건 얕잡아 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가 다른 국가들을 바라볼 때 얼마나 계급적, 혹은 상하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중국 발언이 정말 비하의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비하인지 아닌지 모르고 넘어갔어야 정상이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국가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으로도 연결이 될 거고 두 분류에 대한 이러한 다른 입장이 결국에는 인종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논란의 본질이 올바름에 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결국 차별을 인정해 버리는 자기모순에 빠져 버리는 상황이 된다. 만약 국가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르다~ 라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이 컨텐츠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없는지의 기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깡시골
어떤 단어나 문장은 그것의 앞 뒤 맥락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한 단어를 내뱉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왜냐하면 금기시 되는 단어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지에 초점을 두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 단어가 나오기까지 출연진은 영양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사전 조사를 했다고 언급했다. 장수마을이라고 설명하며 대단한 곳이라는 표현(이것도 비하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은 차치하더라도, 조사에 의하면 두메산골로 지정되었다는 걸 설명하는 과정에서 깡시골이라는 단어가 언급됐다. 두메산골이 무엇인지 모르는 다른 출연진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했다. 처음부터 여기는 깡시골이라고 언급한 것도 아니고 다른 이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언급한 단어다. 이들이 다짜고짜 처음부터 여기 깡시골이라고 말했어도 환경과 장소에 대한 개인의 감상이라는 측면에서 옹호했겠지만 심지어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정도 단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이는 정말 우리가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사는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반박은 영양이 깡시골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아니면 딱히 재미가 있지 않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온난화로 인해 이상 기온이 만연해진 지구를 두고 좆됐네 라고 표현하면 그것이 지구에 대한 비하 발언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3. 부대찌개
햄버거빵을 두고 부대찌개에 비유했다. 못 먹던....이라고 말을 흐렸지만 요지는 맛이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발언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 음식에 대한 비하라는 측면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맛 없는 걸 맛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맛있는 것만 말할 수 있고 좋은 곳만 좋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회야말로 가식과 위선의 사회일 것이다. 비유라는 표현 방식을 사용했다고 본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과한 표현을 썼다고 문제라는 주장도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타인의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 지천에 널려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아쉽다.
내가 생각하는 이 발언의 문제는 재미가 정말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웃음을 전혀 유발하지 못한 유머, 농담이었다. 햄버거빵과 부대찌개에 대한 뭔가 역사적 맥락이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맛 없는 걸 재미있게 표현하지도 못했다. 영상 말미에 코미디언으로서의 한계를 느꼈다는 발언이 오히려 더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였다. 왜냐면 현실을 정확히 인식한 자아를 발견하는 모습이었으니까.

4. 공무원, 발령
개인적으로 이 이슈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우면서 동시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어려웠다. 특정 장소의 특정 직업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낸 것이 문제인지..그것도 아니면 둘 다 문제인건지 ...어려웠다. 모든 직업이 평등하다고 해서 누구든 아무 직업이나 귀하게 여기고 순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순응하지 않는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 역시 각각의 개인이 느끼는 것에 따라 다른데 그러한 사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로 그만두는 공무원은 허용되지만 지역이 심심하고 재미없고 할 게 없어서 그만두는 공무원은 안된다고 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직의 이유가 정해진 몇 개의 특정 고통으로만 가능하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여기서 언급한 한전, 또는 지역 공무원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돈을 많이 받는 직업도 아니고 가장 하대되는 직업도 아니며 모든 이들이 다 갖고 싶어하는 직업도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한 개인이 그것에 대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아가 그것에 대한 발언이 비하로 여겨지며 해서는 안되는 말인 것처럼 여겨져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어떤 직업이라도 그것에 대한 다른 생각이 존재하는 것은 현실이다. 출연자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점을 말한 것이 비하가 되려면 첫째, 해당 발언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이면서도 지속될 만한 가치를 담고 있는 '사실'과 반해야 하며 둘째, 그 발언이 특정한 한 명의 개인을 딱 지목하고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혹시 놓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계속해서 곱씹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 중에서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그냥 타인이다. 피식대학도, 그 멤버들도 그냥 타인이다. 5천만명의 사람들 중 3명일 뿐이다. 이들의 특징은 구독자가 300만명이 된다는 점이다. 보여지는 것은 그게 전부다. 이들이 구독자가 3명일 때 영양군에 대해 언급하든, 자기들끼리 여행 가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든 한 명 한 명이 신경 쓸 일이었을까? 요컨대 우리는 구독자 300만명이라는 것에 우리 스스로 어떤 영향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주장에 누군가는 이들이 영상 속 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반박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묻고 싶다. 이 영상이 화제가 되기 전에 영양군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람이 댓글을 작성하는 지금 기준 4만명이 넘는 사람들과 270만 이상의 조회수 중 몇퍼센트나 되고 얼마나 가봤을까? 영양군 유튜브 채널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평균 조회수가 2천도 되지 않던 채널이 이 영상 이후로 조회수가 급증했다. 나는 이게 영양군에 피해를 줬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햄버거빵과 식사가 맛없다고 하여 피해를 주었다고 하지만 이렇게 언급되기 전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던 식당과 제과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70만 이상의 시청률이 찍혔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인식하게 되었다. 맛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이들의 미각이 보편적 절대 미각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나? 왜 이 3명의 입맛에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난 먹어 보고 싶어졌다. 두 곳 모두 경험하고 싶고 환타 중 가장 좋아하는 환타 파인 음료를 꼭 곁들일 거다.


이 긴 글을 쓰면서 올릴까 말까 많은 고민이 되었다. 왜냐하면 수많은 비판 댓글 속에서 한 명의 소수 의견이 어떻게 받아 들여질지 쉽게 예측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리기로 결심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렇게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올리지 못하는 내 자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있었고, 또 한 가지는 정말 비판해야 하는 비하는 이런 게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가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비하는 우리 사회에 꼭 지켜져야 할 가치와 사실들을 부정하고 왜곡하고 폄하하는 정말 '위험한' 말과 행동들이다.
인간의 존엄한 가치가 살아 있던 그 의미 있는 역사를 꾸준히 부정, 왜곡, 폄하하는 사건이 가라앉기는 커녕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을 왜곡하여 스스로를 더 가치 없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이해 안되는 발언과 행동에 더 집중할 때 더더욱 우리 스스로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은 그런 의미 있는 날이기 때문에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은 긴 글을 남겨 본다.

[출처 : 오유-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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