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상총독부 해부 from 딴지

시사

용상총독부 해부 from 딴지

Woolmen 0 63,966 08.21 21:10

1. 어떤 나라나 집단도 권력이 영원히 가지는 않음.

 

2. 권력의 교체는 자주 이뤄질 수도 있고 드물게 일어날 수도 있음. 중요치 않음.

 

3. 하지만 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일이 있음.

 

4. 권력을 획득하는 방법임. 권력자는 바뀌더라도 그 권력자가 권력을 획득하는 방식은 거의 바뀌지 않음.

 

5. 프랑스, 한국은 중앙집권제 국가로 한 명의 권력자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태로 권력이 이어져 왔음. 영국, 일본은 지방분권형 봉건제 국가로 계속 이어짐. 권력을 행사하는 건 중세 이전부터임. 나라의 이름이나 권력자는 바뀌었어도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았음.

 

6.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방식이 바뀌기 어려운 걸 보여주는 좋은 예는 미국 대선임.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바뀌지 않고 계속되고 있음.

 

7. 미국의 대선이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 미국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합중국의 형태, 각 주가 개별 국가적 성격을 띠고 있었고, 각 주가 하나의 국가처럼 기능하며 표를 행사했기 때문임. 그 방식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 중국도 마찬가지임. 진시황 이후로 계속 통치자가 무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획득한 후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를 계속해 왔음.

 

8,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방식이 거의 바뀌지 않는 이유는 그 집단/국가의 구성원들의 컨센서스가 권력 획득과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임.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방식을 대중들이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말임.

 

9. '컨센서스=여론'이 별 영향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음.

 

10. 우리나라에서 교회 세습이나 지역구 상속은 세습이라 불리며 반발이 거세지만 경영권을 세습하는 건 상속으로 받아들이며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넘어서 그렇게 해야만 되는 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음. 이건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기업의 세습은 그래도 되는 일/그래야 하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임. 컨센서스=여론 때문에 가능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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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삼성전자, 뉴스1>

 

11. 일본에선 정치인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기 지역구를 물려주는 건 당연한 일로 받아들임. 미국에선 기업의 세습 정확히는 경영권의 세습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음.

 

12. 일본에선 전국시대 이전부터 지역의 영주이자 토호인 다이묘들이 그 지역의 지배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었으며 자식이 없는 경우 양자를 들여서까지 세습을 했음. 미국의 경우는 이사회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 오래됨.

 

13. 이런 식으로 권력은 국가/집단의 구성원들이 정당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절차와 과정에 의해 획득/이전/전승되기 때문에 획득 방법이 좀처럼 바뀌지 않음. 그 사회나 나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방식의 변경을 인정해 주어야 함.

 

14. 현재 우리나라의 권력 획득 방법은 조선시대 정도전에 의해 만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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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과거제도가 그것임. 수험을 통해 신분과 권력을 획득했음. 이른바 사대부 혹은 양반이라 불리는 집단임.

 

16. 조선은 겉으로 보기엔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한 중앙집권 국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하의 권한이 막강해 왕이 사대부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통치를 해야 했던 나라임.

 

17, 조선이 만들어지면서 정도전이 이런 식으로 통치구조를 설계했기 때문에 절대적 왕권을 추구한 태종 이방원은 정도전을 죽여야 했음.

 

18. 정도전은 죽었지만 이미 통치구조가 설계된 다음이라 태종도 왕권 강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음.

 

19. 세조반정, 중종반정, 인조반정 등 여러 차례의 반정이 가능했던 것도 신하들과 사이가 나빴던 왕을 신하들이 힘을 합쳐 몰아낼 수 있을 만큼 신권이 강했기 때문임.

 

20. 조선에 유독 외척의 힘이 강했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음. 신권이 강한 조선에서 왕이 권력을 유지하려면 믿을 수 있는 신하들과 손을 잡거나 신하들의 힘을 빼야 함. 선조가 동인과 서인을 번갈아 가며 편들었던 것도 막강한 신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divide and rule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음.

 

21. 왕위를 유지하기 위해 신하들과 어떤 식으로든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왕은, 신뢰할 수 있으며 힘을 가지고 있는 신하들을 골라야만 했음. 어느 신하를 가장 믿을 수 있을까? 혈연으로 엮여있는 신하들이 가장 믿을 수 있음.

 

22. 그러나 부계 친척의 경우 여차하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움. 단종을 끌어내리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세조가 좋은 예. 결국 모계 친척인 외가 쪽 친척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왕의 권력 강화와 유지에 가장 도움이 됨.

 

23. 조선시대에 안동 김씨, 파평 윤씨 등 외척들이 유독 발호했던 이유도 신권이 막강한 국가였기 때문임.

 

24. 왕의 독살 의혹이 유독 많았던 이유도 이와 관련되어 있음.

 

25. 조선 후기로 갈수록 이런 현상은 점점 심화되어 사실상 신하들이 왕을 임명하는 지경에 이름. 철종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

 

26. 왕을 세워놓고 사대부들이 사실상 국정을 장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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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두피디아>

 

27.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뀌었지만 권력 획득과 행사 구조는 바뀌지 않음. 막강한 대통령 1인이 다스리는 구조 같아 보이지만 최고 권력자는 수험을 통해 권력과 신분을 차지한 집단과 손을 잡아야만 통치가 가능한 구조임.

 

28. 이승만이 친일파들을 중용한 것이나 박정희, 전두환이 군인 세력을 이용해 통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음. 군인들도 조선시대로 치면 무과에 합격한 벼슬아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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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김영삼도 3당 합당 등을 통해 수험 권력과 손을 잡고 나서 대통령 자리에 오름.

 

30. 김영삼은 당선 이후 하나회의 전격적 해체를 통해 군인들에게서 권력을 뺐는데 성공함.

 

31. 군인들이 권력을 뺏긴 이후 사법고시를 통해 권력과 신분을 가진 검찰의 권력이 점점 강해짐. 특히 정보기관이 약화되면서 이 현상은 점점 심해짐.

 

32. 군인, 검사, 판사 등 수험을 통해 권력과 신분을 차지한 자들을 수험 권력이라 부르도록 하겠음.

 

33. 수험 권력은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 숨어서 익명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 실체와 힘을 잘 모르기 때문에 견제를 덜 받음.

 

34. 권력을 차지하려면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음.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수험을 통해 권력과 신분을 차지하는 걸 정당하다고 생각함.

 

35. 쉬운 예를 들자면 변호사를 구할 때 사법고시 출신 변호사와 로스쿨 변호사 중 누구에게 사건을 맡기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사법고시 출신 변호사를 선택할 거임. 수험 거친 자가 더 능력이 있고 사건을 해결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이고 있는 것임.

 

36. IMF 등으로 인해 조선 건국 이래 계속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수험 권력 집단이 처음으로 최고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는 일이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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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김대중 대통령 당선이 그것임. 민주당 계열에 수험을 통해 권력과 신분을 가지게 된 사람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기본적인 뿌리는 반독재 투쟁, 민주화 운동 등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임. 수험 권력 집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말임.

 

38. 이들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차지했음. 이 무리를 선출 권력이 부르기로 함.

 

39. 수험 권력이 기반이 된 국힘당 계열 정당이 민주화 운동 경력을 가진 선출 권력 세력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계속 차지해 온 권력을 처음으로 뺏겼고 앞으로도 계속 뺏길 수도 있기 때문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얘기임.

 

40. 문재인 정부 동안 국힘당이 정의당 계열을 공격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인데 자신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으며, 자신들의 경쟁자인 민주당 계열 선출 권력을 견제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임.

 

41.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 이후 선출 권력은 급격히 세력과 영향력을 확대했고 이후 대선과 총선은 매번 수험 권력 대 선출 권력의 구도로 벌어지고 있음.

 

42. 이 과정에서 선출 권력의 힘이 점점 커지고 상대적으로 수험 권력의 힘은 점점 떨어지고 있음.

 

43. 대선 결과를 쭉 살펴보면 이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음.

 

15대 대선

 

김대중 10,326,275표 40.27% 당선

이회창 9,935,718표 38.74%

이인제 4,925,591표 19.20%

 

16대 대선

 

노무현 12,014,277표 48.91% 당선

이회창 11,443,297표 46.58%

 

17대 대선

 

이명박 11,492,389표 48.67% 당선

정동영 6,174,681표 26.14%

이회창 3,559,963표 15.07%

 

18대 대선

 

박근혜 15,773,128표 51.55% 당선

문재인 14,692,632표 48.02%

 

19대 대선

 

문재인 13,423,800표 41.08% 당선

홍준표 7,852,849표 24.03%

안철수 6,998,342표 21.41%

 

20대 대선

 

윤석열 16,394,815표 48.56% 당선

이재명 16,147,738표 47.83%

 

15대는 IMF라는 전쟁에 버금가는 국가적 재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인제가 아니었다면 이회창이 4백만 표 이상의 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음. 이때 조선 건국 이래 처음으로 수험 권력이 자리를 빼앗겼음. 노무현은 정몽준의 대선 당일 단일화 파토라는 극적인 사건 덕에 신승했음. 18대 이명박은 이회창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압승했었고, 19대 때는 박근혜가 3%라는 차이로 당선되었음. 19대 대선은 문재인이 1등으로 당선되어 선출 권력이 수험 권력을 넘어선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은 홍준표와 안철수, 유승민으로 표가 갈렸기 때문에 문재인이 승리할 수 있었음.

 

20대 대선은 늘 커튼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수험 권력이 전면으로 나선 첫 선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음. 검찰을 필두로 한 수험 권력은 조선시대 이래 단 한 번도 전면에 나서지 않고 권력을 행사해 왔음. 왕 혹은 대통령을 앞에 내세우고 뒤에 숨어 권력을 행사했으나 수험 권력 특히 검찰 권력을 대대적으로 해체하려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더 이상 뒤에 숨어서 싸우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윤석열을 필두로 한 검찰이 전면에 나서서 권력투쟁을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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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20대 대선은 국민의힘이 사실상 검찰의 여의도 출장소 역할을 했고 수험 권력의 집합체인 검찰이 전면에 나서 치른 선거라고 봐야 함.

 

조선 건국 이후 700년간 축적한 수험 권력의 힘이 총집결해 97년부터 시작한 선출 권력과 치른 전쟁임. 0.7%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는 데 성공했지만, 더 이상 뒤에 숨어서 권력을 행사하던 기존의 방식은 불가능해졌음.

 

97년 15대 대선부터 2022년 20대 대선을 연속선상으로 보면 지속적으로 선출 권력이 힘과 영향력을 확대해 왔음을 알 수 있음.

 

수험 권력이 이기기도 하고 선출 권력이 이기기도 했지만, 수험 권력 세력의 힘이 점차 줄어들고 선출 권력의 힘이 계속 늘어났다는 점은 일목요연함.

 

44. 모든 대선이 다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다가올 21대 대선은 700년간 단 한 번도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수험 권력이 몸통을 다 보여주고 치르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음.

 

45. 20대 대선의 경우 숨어있던 수험 권력이 실체를 드러내긴 했지만 대중들은 수험 권력이 어떤 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통치하는가를 경험해 본 적이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0.7%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긴 것은 수험 권력이 생각보다 허약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

 

46. 윤석열 취임 이후 수험 권력의 민낯을 제대로 본 적이 없던 대중들이 윤석열 정권을 통해 그 실체를 목격하고 있음. 우리나라 국민들은 시험을 잘 본 사람들은 유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음. SKY 대학을 나오거나 사법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을 단지 시험을 잘 봐서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똑똑하고 유능하기 때문에 시험에 합격했다고 생각하며, 그들이 가진 권력을 마땅히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음.

 

47. 윤석열을 필두로 한 검찰 권력이 보여주는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쟤들 그냥 시험을 잘 봤을 뿐 유능하거나 똑똑하지는 않은 거 같은데?’라는 의심을 품게 만들기에 충분하며, 이건 그동안 수험 권력이 가져온 정당성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음. 잼버리와 엑스포 유치 실패는 수험 권력 특히 검사들의 실력을 알몸째로 보여준 좋은 사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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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통령실>

 

48.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권력과 신분을 획득하는 절차와 방법은 대중들이 그 절차와 방법이 정당하다고 인정해 주어야 함.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대중들은 수험을 그 절차와 방법으로 인정해 왔지만, 윤석열 집권 이후 대중들이 시험 잘 본다고 똑똑하고 유능한 게 아닌가 본데?라고 의심하기 시작함.

 

49. 이런 상태에서도 대중들이 수험 권력에 힘을 실어주느냐 아니면 새롭게 부상한 선출 권력에 힘을 실어주느냐는 거시적 관점에서 아주 중요함. 권력 획득의 방법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임.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음. 21대 대선 결과가 가지는 의미임.

 

50. 단지 이것만이라면 비교적 단순한 권력 교체 구도이고 이해하기 쉽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 구도만이 아니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중대한 변수가 있음. 우리나라의 식민 통치를 당했다는 점임.

 

 

51. 피식민 경험이 있는 국가, 특히 현대 피식민 경험 국가들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 있음.

 

52. 피식민 국가의 엘리트 계층이 자기 국가가 아닌 식민 국가를 자신의 국가적 정체성으로 삼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는 점임.

 

53. 이런 현상은 피식민 경험 국가에서 대부분 나타나기 때문에 우연이라고 볼 수 없음. 식민정책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임.

 

54. 식민정책의 기본은 디바이드 앤드 룰과 엘리트 계층의 포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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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총리대신의 친일 내각

출처 -<링크>

 

55. 피식민 국가의 시민들을 갈라쳐서 서로 싸우게 만들어 보다 쉽게 통치하고 독립을 하기 어렵게 만듦.

 

56. 또한 엘리트 계층을 포섭하여 그들로 하여금 자국의 국민들을 억압하도록 만듦. 이렇게 하면 피식민 국민의 분노가 자기 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식민 국가가 아닌 자기 나라의 엘리트 계층을 향하기 때문에 투쟁 에너지를 분산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동시에 피식민 국가에 대해 자신들보다 잘 아는 엘리트 계층을 이용해 좀 더 효율적인 수탈이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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