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서 주인공이자 힘캐역활을 도 맡았던 설경구(정약전)가 유배지에서 어수룩한 선비로, 또는 능청스러운 붓잡이로 연기하고 변요한(창배)이 그런역활을 대신하는게 신선하며 일품인 조합이었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 정조가 승하하면서 어린군주를 대신한 세도정치가 나타나며 부패하고 무력해지기 시작하는 이조조선에서 외래문물에 관심을 가지고 실학을 장려하려는 정약용의 삼형제는 천주교도라는 죄목으로 형에 처해지며 유배를 가게되는 암울한 시대상에서 온갖 조세와 부정한 환곡으로 백성들이 고통받는 와중에도 성리학을 맹신하며 학문에 뜻을 품던 흑산도 물고기잡이 청년 변요한(창배)이 섬으로 유배온 설경구(정약전)에게 공부를 배우며 지식과 심성이 함께 성장하고 이름을 떨치게 되자 양반이던 아버지가 다시 찾아와 출세길로 유도되어 스승인 설경구와(정약전)과 사이가 틀어지고 뭍으로 나와 과거에 합격해 진사로서 관청일을 하게 되지만 끝까지 향리들과 고관들의 탐욕과 타협하지 못하고 끝내 가족들을 데리고 흑산도로 돌아가게 된다.
무엇하나 이루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와 스승조차 세상을 하직하여 살아생전 용서를 구하지도 못하지만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사또의 진흙탕을 바꾸려면 진흙탕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아전들과 기생집에서 술을 나눠보다가 허탕까지 치며 자리를 뜨고 백성의 원한섞인 분노에 의분을 참지 못해 갓을 벗고 아전을 패며 목을 조르기까지 하여 옥에 갇혔다가 양반인 아비와의 관계도 청산해버린 창배(변요한)의 모습은 작은의미에서는 대쪽같은 선비의 절개로 소시민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흑산도에서 나와 흑산도로 돌아온 일가족의 연명에서 안도 하게 된다.
영화가 끝난 뒤 이조조선은 세도정치에 놀아나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치와 갑신정변,임오군란,동학농민운동 등이 모조리 흐지부지 되어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지만 그러한 사건마다 어디선가는 창배같은인물들이 제각각 삶을 이어가고 각성하며 또 삶이 이어졌을거란 사실에 위안이 되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