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시작으로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 까지 1년 안에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장편영화 4편 모두 한국에서 개봉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네요.
성장 3부작 중 마지막인 '걸후드'는 여타 보편적이고 평범한 10대 사춘기 소녀의 그저그런 성장영화는 아니죠.
인종적인 문제부터 사회적인 문제까지 전반적인 시스템과 온전치 못한 환경이 밑바탕에 깔려있고, '워터 릴리스'나 '톰보이'에서 보여줬던 10대들의 생생함과 예민함들을 '걸후드'에서도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영화들처럼 4명이 끈끈하게 연대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고, 자신들에게 둘러쌓인 문제를 당당하게 해결해나가는 영화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개인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친구 4명이서 같이 해결한다기 보다, 결국 본인의 문제를 혼자 짊어져야 하는 고통과 어려움이 역설적으로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셀린 시아마의 연출은 전혀 흔들림이 없고 시선 또한 또렷합니다. 카메라가 곧 세상의 눈이라는 것을 뛰어나게 보여주는 셀린 시아마는 일체 주저함이나 망설임 같은 것이 없습니다.
이 고통은 분명 마리엠에게 뼈가시리고 아프겠지요. 마지막 도시의 풍경을 줌인하며 포커스 아웃하던 카메라는 이제 더이상 희망이 없는 도시에 마리엠이 프레임 아웃하며 끝나는줄 알았지만, 당당히 카메라 중간에 다시 프레임 인 하며, 성장통을 발판삼아 다시 한 번 걸어나갑니다.
무척이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셀린 시아마의 종결법은 그 자체로 박력있고 위안이 되기도 하지요. (흑인이고 여성이어서 더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동정이나 연민 같은 얄팍한 감정이 없어서 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