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1편을 되돌아보면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소소한 꿈을 가진 아서 플렉이
사회 억압 속에서 괴움을 격다가
믿었던 존재들(친모, 친부?, 자신의 우상)으로부터 배신을 확인하면서
인륜과 규범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광인 '조커'로 각성하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애벌레 같이 무능한 아서 플랙에서 자유로운 광인 조커라는 나비로의 변화가 설득력이 있었고
그 결과물인 조커가 꽤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커 속편에서는 할리퀸을 비롯해서 고담 시민들에게 자신의 광기를 어떻게 납득시키고 동조시킬 것인가
그 과정에서 1편처럼 사회 구조적 문제점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기대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 다르게 조커 2편은 조커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보다는
조커였던 존재 아서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1편의 인물들이 인식하는 아서와 조커를 이야기하는 법정씬
또 조커였던 존재가 현실에서 겪어야하는 폭력을 보여주는 교도소씬
조커가 되면 얻을 꿈인 할리퀸과의 대화씬
이 세가지 장면이 조커 2편의 주요 내용입니다.
결국 시한부 인생이 몰핀에 몸을 맡기듯 할리퀸의 달콤함에 조커로 각성하고 되고 사람들이 동조하게 됩니다.
확실히 여기에서 '세상 참 x 같지 않냐? 나랑 같이 갈아 엎어보자.'로 나아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스포 강해요!!ㅎㅎ)
우리 토드 필립스는 찬물을 확 끼얹습니다.
모종의 사건이 벌어지고 자신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닫게 되죠.
일어진 일들에 대한 죄책감과 초라함에 결국 나는 조커가 되고 싶지 않다를 외치고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할리퀸과 그 지지자들은 조커가 가진 힘을 원했던 것이지 아서 플랙은 관심 없었으니까요.
확실히 토드 필립스는 조커에 열광하고 속편을 원하던 대중들의 반응을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커 2편 내내 규범을 벗어난 이들이 겪어야 하는 그 많은 현실적인 고통에 집중하고
결국 이야기를 완전히 끝내서 속편을 만들어 달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다만 조커가 되어가며 주인공이 나는 과연 조커인가 개미 한마리 죽이지 못하는 아서 플랙인가 라는 고뇌가 그다지 없다보니
결말이 좀 뜬금 없다는 생각은 듭니다.
요약하면
1편은 규범 안에서 사는 소시민들에게 일베와 같은 이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들을 그대로 두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2편은 조커를 꿈꾸는 이들에게 '너 조커가 되려면 이런 거 겪어야 되고 너 좋다고 하는 애들 다 거짓이고
무엇보다 네가 겪을 일들을 네 멘탈이 견디지 못해. 글루 가지마.'하는 느낌으로 보였습니다.
[출처 : 오유-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