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언더 더 스킨'과 같은 뛰어난 작품을 선보였던 조나단 글레이저는 이번 신작이 얼마나 완벽주의적이고 탁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이 있겠죠.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쉰들러 리스트'를 필두로 클로즈 란즈만의 '쇼아'나 가장 최근작인 라즐로 네메스의 '사울의 아들'같은 뛰어난 영화들이 떠올려집니다.
예술가에게 있어 이런 역사적 비극을 다룰때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작품에서 어떻게 고스란히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인상적인 작품들 중 하나로 거론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서로 충돌시켜 관객은 어디에 정보를 중점으로 둬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강조함에 따라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만들어 우리를 더욱 충격에 빠트리고, 윤리적으로 미학적으로 이 영화는 그대로 맞닿아 있어 감독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는지를 느낄수 있습니다.
실존 인물들이기도한 극중 인물들은 홀로코스트를 제외하고 보면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자 가장인데,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다른 시선으로 만든것 같기도 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조나단 글레이저는 '악은 평범하게 존재한다'라고 할까요.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액트 오브 킬링'도 자연스레 떠올려지는데, 마지막에 보여지는 어떤 장면은 시제도 충돌시킴으로써 그 충격과 제의가 더욱 강하게 보여지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의 루돌프는 현재시점에 잠깐 다녀온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영락없는 걸작이면서, 전 지난 10여년간 보았던 영화들 중 최고의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조나단 글레이저의 최고작이기도 하겠죠.
태도적으로도 그렇고 영화적 미학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뒤흔드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21세기의 영화에 반드시 거론되고 회자되어야할 작품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