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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
꽃보다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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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23:26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션 베이커의 '아노라'는 얼핏 신데렐라 스토리를 한 것 같지만,
사실 중후반 부터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는 드라마입니다.
백마탄 왕자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 같은
'애니'의 근 일주일은 일장춘몽 호접지몽처럼 보이지만,
션 베이커의 전작이었던 '플로리다 프로젝트'처럼
환상과 현실을 오고가는 쓰디쓴 로드무비이면서,
자각과 성장이 찾아온 뒤에 안게되는
인간의 처연함과 연민이 마지막 강력하게 담겨져 있어
긴 여운과 감동을 줍니다.
남자 주인공인 이반과는 항상 대가를 주고 받게 되는데,
얼핏 보면 지독하게 계급주의적이기도 하고,
극중 이반을 제외하면 모든 캐릭터들이
제각각 자기의 위치에서 본인의 몫을 위해 살아가는
직업 혹은 노동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극중 떨어져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이고르라는 캐릭터는 이반과 상반되며 대조를 이루는데
유일하게 애니를 인간적으로 대한다는 점에서도 우리를 깊게 건드립니다.
'6번칸'에서 인상적으로 연기를 했던 '유리 보리소프'와
내내 반짝거리며 빛이나는 '미키 매디슨'은 눈부시네요.
그리고,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도 그랬듯
적나라하고 외설적일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션 베이커의 균형잡힌 놀라운 시선으로
테렌스 멜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 이후
13년만에 미국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안게 해줍니다.
추운 겨울 눈이 뒤덮이고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차 안에서 펼쳐지는 행위들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이제 '애니'가 아니라 '아노라'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일상이었던 '애니'로 살아갈 것인지
본인조차 이고르를 편견 속에 바라보며 대했는데,
그런 그에게 받는 위로와 연민을
우리는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만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인간과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봅니다.
★★★★☆
[출처 :
오유-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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