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 인증 = 무사고!!!!!

바이크

입문 + 인증 = 무사고!!!!!

R18 0 176 2016.05.14 00:01
원래는 벤리를 보고 있었는데, 출퇴근하는 길이 공단을 두 개나 끼고 있어서 바퀴가 조금 큰 디오로 입문했습니다.

디오를 사기까지 우여곡절이 좀 길었습니다.

매장 가서 '벤리 하나 주세요.' 했거든요. 물론 보험이나 기타 절차는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사장님이 대뜸 '벤리 주세요.' 하니까 조금 짖궂은 마음이 드셨나봅니다.
벤리 보고 나온 후 며칠 동안 전화로 상담하다가 디오 얘기를 꺼냈습니다.

"매장에서 조금 끌었던 14년식 있는데 가져갈래요? 싸게 줄게."
"얼마요?"
"신차가 249니까... 22만 빼고 227만에."
"우왕. 알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해서 바게에도 질문하고 지식인에도 질문했습니다.
근데 다들 부정적이시더라고요.
디오 계약금 걸러 가는 날 아침에 파쏘를 뒤졌습니다.
사장님이 저한테 말한 그 물건인 듯한 디오를 200 초반 대에 올려놓으셨더군요.

전화해서 따지지는 않고, 걍 신차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물었죠.

"혼다 일본 쪽 카달로그 보니까, 15년식 부터 계기판이랑 엔진이 바뀌었다면서요? 엔진은 PCX에 들어가는 eSP엔진이라던데, 그거 우리나라 쪽에 들어오는 것도 똑같나요?"

솔직히 이 정도 질문 가지고 전문가 행세를 할 수는 없죠. 근데 사장님이 그 얘기를 듣더니 아주 모르는 놈은 아닌가 보다 하셨나봅니다.
그때부터는 전화도 살갑게 받아주시고.(...)

결국 이틀 정도 지방에 가서 일하고 온 뒤에 오늘 가서 수령했습니다.
(등록 및 보험까지 다 끝남.)

잠깐, 그 전에... 제가 디오 수령하기도 전에 먼저 준비한 것들부터 구경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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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 HJC CL-17 인젝터
자켓 : 코미네 3계절
장갑 : AGV
조끼 : 3M

우리 나라 인구를 100명이라고 치면, 저는 아마 쫄보 랭킹 상위 1% 정도에 해당할 겁니다.
솔직히 출혈이 좀 커서 부츠랑 바지는 아직 못 샀습니다.
바이크 값 현찰박치기의 후유증...
머리둘레 61에 헬멧 XL로 샀는데, 머리는 핏감이 딱 좋은 반면 얼굴은 구긴 휴지마냥 찌그러집니다. 살 좀 뺄 걸.
헬멧 안에서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보신 어머니께서 '너는 스쿠터 타면서 헬멧을 그런 걸 샀냐?'라고 하시길래,
'머리 부상 30%가 턱 부위에 집중된대요. 오래 살아야죠.'라고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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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끼는 빛을 받으면 이렇게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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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정품 반사 테이프는 잘 가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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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고를 만들어서 헬멧 뒤에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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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
시간 날 때마다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미국 사정에 기반한 책이라 걸러서 들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어쨌든 바이크의 물리적 특성이나 스로틀링, 브레이킹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디오 110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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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가 탄 사진을 누가 찍어주질 않아 자전거 탄 곰인지 어떤지 확인은 못했습니다.
벤리는 적재량이 많아서 좋지만 운영하는 가게 주변의 도로가 그리 좋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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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구형 그대로입니다.
수령 후 가게까지, 그리고 가게 근처 몇 바퀴 돌았더니 15킬로 찍혔네요.
5.5리터 들어가고 빨간 눈금이 됐을 때는 대략 1.3리터 정도 남아 있는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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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는 뭐... 화난 사마귀처럼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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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를 선택한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드럼 브레이크에 대한 우려를 표하시기에, 전륜만이라도 디스크인 디오를 골랐습니다.

주행 후기는... 제가 차만 타봤지 다른 바이크를 타본 적이 없어서 그냥 제 느낌만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바이크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인상은, 예전에 외삼촌이 가지고 계신 구형 미라쥬 125가 대부분 결정해버렸습니다.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건 텐덤좌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살벌한 사타구니의 진동...
혼다가 조용하다 조용하다 얘기는 많지만 솔직히 내연기관 탑재한 이륜차는 거기서 거기일거라고 생각하고 각오를 단단히 했습니다.
그러나...
스로틀을 감을 때, 고양이가 그르릉대는 듯한 부드러운 소리가 들리면서 아주 조용히 밀어줍니다.
다른 바이크에 비해 가속력이 어떤 수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초짜인 제게는 충분히 두려운 수준입니다.
승차감은... 저는 스타렉스 뒷 좌석 접이식 의자에서도 숙면을 취하는 사람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방지턱 넘을 때는 좀 다리에 힘을 주는 편입니다.
어차피 공인 연비는 안 믿고, 1회 주유 시 대략 6300원. 가게까지 왕복 20킬로가 조금 안 되니까, 리터 당 40km만 달려줘도 대략 2만원 안팍의 유류비면 출퇴근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한적한 4차선 도로에서 스로틀을 감으면서 한 생각은,
'아, 좋다... 콕 찝어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좋다...'
이런 느낌 때문에 두 바퀴 달린 걸 타는 거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행복은 혼다를 타고 온다던데, 이 맛을 조금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1개월 점검 받으러 가기 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코너링을 위해 몸을 기울이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하는 것.
아직은 제가 이 녀석을 믿지 못하나 봅니다.
쉬는 날 한적한 도로나 공터에 가서 책에 나온 연습들을 따라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오늘 짧게 주행하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으면서 입문기를 마치겠습니다.

1. 우리나라 도로에는 맨홀이 참 많구나.
2. 옆에 큰 차 지나가면 휘청거리는구나.
3. 난 왜 체중을 옮기지 못하는가?

지난 글들에 조언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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