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 심판대에 서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에 환율은 장중 1480원을 뚫으면서 1500원 선에 바짝 가까워졌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욱 큰 소비 충격과 함께, 내년 1월을 시작으로 연내 총 1%포인트(p)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권한대행 탄핵까지 추진되지는 않았다. 지금과 달리 탄핵 심판 절차 역시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에 전이될 정도로는 확대되지 못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 사태의 경우 정국이 진정되기보다는 오히려 정체·확산하는 양상이 관찰된다. 야당의 권한대행 탄핵 소추와 윤 대통령의 심판 서류 미제출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해외 기관들은 이 같은 한국 정치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불확실성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옥스퍼드 애널리티카는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장기화할 전망"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 대선이 치러지고 야당이 승리할 경우 정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의 경우에도 불확실성은 지속된다. 이 기관은 "헌재 재판관 한 명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윤 대통령은 복직하며, 이 경우 야당과 남은 임기 충돌이 불가피하고 시위도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한은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에 이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이 소비·투자를 어느 정도 위축시킬지 감을 잡기 어렵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당초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슷한 정국 흐름을 기대하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강 대 강' 정국 속에서는 경제에 어떤 파급 효과가 미칠지 전례를 참고할 수조차 없다.
포브스는 "탄핵 사태가 한국 경제를 끌어내리면서 한은이 시험대와 마주했다"며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열려 있으나, 전에 볼 수 없었던 정치 문제로 인해 한은은 참고할 만한 지침서도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민간 소비는 종전 예측보다 냉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JP모건은 "이번 탄핵 정국은 2016년보다 소비지출에 더 큰 폭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에는 탄핵 소추까지의 기간은 짧았으나, 불확실성은 지속돼 경제 전망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2월 한은이 집계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12.3p 하락하면서 2016년 탄핵 당시 11~12월 누적 하락 폭(8.4p)을 넘어섰다.
JP모건은 "이는 소비자들이 경제 전망에 더 조심스럽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12월 소비지출 전망도 7p 하락(2016년 당시 4p 하락)해 정치 불확실성의 소비 영향이 2016년보다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안 그래도 침체한 내수 경기가 더 꺾인다면, 현재로서 거의 유일한 경기 방어 수단으로 손꼽히는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은 보다 강해진다.
바클레이즈는 "현재 전망은 한은이 내년 2월, 5월, 10월 금리 인하를 한다는 것이지만, 이런 완화 사이클이 앞당겨지고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연내 1%p 수준의 금리 인하 예상까지 나왔다. 기존 금리 인하 예상치인 2~3회보다 많은 인하 횟수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정치 불안은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고 정정 불안 해소까지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사이 기업, 소비자 신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은의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라면서 "내년 기준금리 인하 폭은 1%p로 시장 기대치보다 더 완화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