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와 처음 만나던 당시...
와이프도 나도 지금이야 즐겁지만 만나기까지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음. 원래 내 주변 내가 아는 신용 불량자는 내 부모님 2명 밖에 없었는데... 와이프를 만난 후 3명이 되었음.
와이프의 스토리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부모님 두 분이 1년도 안되어 돌아가심. 어머니가 이유없이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갑작스런 암이 발견되어 6개월 후 돌아가심. 그게 꽃다운 20살에 있었던 일임.
그러나 와이프 밑으로는 아직 동생이 3명 있었음.
와이프의 어머니는 뛰어난 음식솜씨를 지니셨다 함.
나와 만나 처음 같이 밥을 먹기 시작한 시기 어느 날
숯불 고추장 양념 꼼장어를 먹는데...
한입 먹더니 와이프가 엉엉 우는거임. 거의 통곡을 함.
배는 고팠지만 사람이 너무 갑자기 엉엉 울어서
달래주었고 분위기는 싸해짐.
울음을 그치고 하는 말이.. 한 입 먹었는데
엄마 맛이 난다는 것임.
와이프의 부모님은 포장마차를 하셨음.
요즘처럼 캡사이신 매운맛이 아닌 매운 양념을 잘하셨다 함.
숯불고추장불고기라든지.. 숯불양념아나고구이
양념더덕구이 이런 것들의 양념에 칼칼한 엄마만의 맛이
있는데 그렇게 하는 집이 여태 없었는데
여기에선 엄마맛이 난다. 이거였음.
부모님은 영등포시장 뒷골목 포장마차에서 이것저것 파시며
뛰어난 음식 솜씨로 그렇게 4자매와 가정을 먹여살리셨는데 와이프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돌아가신거임.
와이프는 어릴 때 엄마가 마늘 좀 까래서 까고 재료 준비를 도왔는데 어린 마음에 정말 너무 하기 싫었다며 그런 자신이 후회된다고 숯불양념꼼장어를 먹는 내내 엄마 이야기를 했음. 숙연한 분위기고 어머니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착찹하게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음.
근데 진짜 아직도 그 맛은 기억남.
얼마 후 꼼장어집에 다시 찾아가 우리 얼마 전 이 집에서 만나 식사하고 사귀기로 했다. 했더니 그렇냐며 축하한다고 하시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몸이 아파 이번 달까지만 하신다고 해서 딱 2번 가본 집임. 어머니가 나 왔다고 구경하러 오신건 아닐까 생각하는건 너무 오버인가? 여튼 이제 그 맛은 어딜 가도 찾을 수가 없음. 특유의 포장마차 맛을 말로 설명하기가 참 힘듬. 그 포장마차 뒷켠 숯불을 두고 칼칼하게 양념구이를 한 그 숯불구이 맛임.
그렇게 와이프는 20살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대학을 다닐 수가 없었음. 아버지도 곧 몸이 아프셔서 병원을 가보니 암이 온 몸에 이미 전이가 되었다 함. 졸지에 가장이 되어버림.
그래서 멘탈을 부여잡고 와이프는 BYC에 급하게 입사함.
아버지도 그렇게 얼마 후 보내드리고...
동생들을 다 졸업시키고 나니 본인의 멘탈이 무너짐.
그 간은 자신이 쓰러지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사회로 나온 동생들이 있어
할 일을 다 했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는게 아니라
악착같던 마음이 사라지며 온갖 감상에 젖게 되고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함.
내 와이프는 예쁨. 그리고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음. 나는 보지 못하지만 분명 그 때도 따스한 빛이었을 것이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을 것은 안 봐도 뻔함. 그래서 그 중 자신을 챙겨주고 사랑해 준 한분과 도피처럼 빠르게 결혼을 하고 자신의 가정을 꾸림.
그런데 동생들의 뒷바라지가 끝이난게 아니었음.
게다가 남편은 착하지만 돈을 버는 능력은 없었다 함.
그리하여 안해 본 일 없이 억척스럽게 또 살았는데
카드를 돌려 막다막다 막다른 길에 놓여 결국 신용불량자가 됨.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어도 정작 너무 없으면 사람은 많이 힘들게 됨. 나중에 그 신용불량의 원천이 된 원금을 확인해보니 많지도 않았음. 고작 몇 백만원...
그러나 와이프는 이미 마음이 무너져 결국 가정은 깨지고 돌고 돌기 시작해 한참 후 나를 만난 것임.
그 후 와이프가 의지하는 사람은 세상에 딱 2명뿐이라며 같이 살기로 한 초반에 그 부부를 만나러 가자 함. 그 둘이 자신을 이 곳까지 오게 해줬고 고마운 사람들이라 인사차 저녁 약속을 하고 밥을 먹으러 감.
거기서... 난 입을 다물지 못했음.
둘 다 너무 어두웠고 여자는 색도 괴이한거임.
게다가 이상한 비린 냄새와 썩은내도 났음.
그래도 어쨌든 고마운 분들이라 최대한 참으며 식사자리를 이어갔지만 여자는 지금 영양제를 챙겨먹는데 매우 할인된 가격인 한달 100만원 정도에 먹는다. 이런 말을 하고 남자는 계속 한숨을 쉼.
먹다가 갑자기 남자는 화난 얼굴로 나보고 아무 이유없이 화를 냄. 내가 와이프에게 나중에 퀼트가게라도 차려줘야하는거 아니냐며...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술이 약한가 했음.
그러나 나는 계속 표정관리를 하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술은 한잔도 하지 않았음. 우리 둘은 거기서 하루 자고 오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그냥 인사하고 취한 듯한 그들과 헤어져 돌아옴.
와이프와 만나는 초반이라 내게 나타난 이상증상을 아직 와이프에게 말하기 전이었음. 사실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도 생각 전이었던 것같음. 그리고 그들과도 별 일만 없으면 됐다 생각함.
그런데 그 후 그 둘에게 번갈아 전화가 오며 내가 이상해 보이니 멀리하라고 독촉을 하는거임.
그 자리는 아주 순조로웠고 그 때까지도 마찬가지여서 그냥 두 분의 빛과 냄새는 이상하지만 고마운 분들 정도로 생각했는데 뜬금 나와 헤어지는게 좋겠다 계속 이야기 하는거임.
나는 그들이 원래 저런 사람이냐 하니 아니라 함.
난 와이프도 그간 힘들게 지내 나같은 신세라 돈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신용불량이라 동생들 보내주는 약간의 돈을 제외하고는 다 그 집이 맡아준다는 것임.
그 금액은 얼마인지 정확히 모른다 함.
냄새가 났음. 내 안의 목소리에게 물어 봄.
대답이 없음.
그 때 나는 와이프에게 내 이상 증상을 말하고 느낀 것을 알려줌. 그리고 이건 현금으로 준 것을 그들 통장에 입금한 것이라 증명이 어려우니 잘 해결해야 할 것 같다 함.
와이프는 그렇게 자신이 그들에게 준 돈이 그간 얼마 모였는지를 여자에게 물어만 봄. 그 후 통화 후 그들은 2개월간 갑자기 와이프의 연락을 피함.
와이프는 믿는 사람들이라 따로 기록같은 것은 해두지 않았고 둔 그 돈은 대략 2년간 3000만원이 조금 안 됐을거라 함.
결국 2달 후 전화통화가 된 남자가 사실은 그간 입원했었다며 연락을 못했다 함. 그리고 그깟 돈 때문에 그러냐며 먼저 화를 내는거임.
'아 이게 방귀뀐 놈이 성내는거고 도둑이 제발저린다는 거구만' 생각함.
근데 그깟 돈이 문제가 아니었음.
돈은 정말 1도 상관 없었음.
그런데 갑자기 더러워서 주겠다며 오라 해서 둘이 감.
여자밖에 없었음.
그리고 와이프와만 이야기를 할테니 나는 밖에 있으라 함.
멀리 보이는데서 나가 있는데 와이프의 얼굴에 돈을 집어 던지며 둘이 언성을 높여 싸우는게 보였고 여자는 나가고 와이프는 땅에 떨어진 돈들을 줍고 있었음.
와이프는 돈은 필요 없고 그간 자신을 챙겨준 값이라고 생각할테니 자신과 같이 가서 몇번 잔고를 보여주던 그 통장거래내역만 보고 싶다 했더니 그걸 던진것임.
그 여자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며 화를 내고 돈을 던지고 나가버림.
그 통장 거래내역은 지속적으로 돈이 빠지고 있었고
마지막 잔고는... 50만원이었음.
왜 같이 가서 잔액을 그때그때 확인하지 않았느냐 묻자 믿는 사이인데 뭘 확인하느냐고 그냥 은행만 같이 간 것이라 함.
그래도 어차피 정리할거 입금금액을 계산해보자 하니 2700정도였음. 처음에는 잠깐 썼다가 도로 넣은게 보였음. 왜냐면 주기적으로 매달 말일쯤 찾아가서 준 금액의 날짜는 확인이 가능했음.
그러나 점점 잔고가 줄어 마지막엔 50이었고 그 즈음이 우리 넷이 처음 만난 때였음.
받아온 돈은 1700만원. 와이프는 마음이 상해했지만 그러지 말라 다독임. 그리고 저들도 힘들 것이라고 덜 받은 돈은 당신 말대로 그간 챙겨 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생각하고 이 일은 없던 것으로 하고 정리하기로 함.
2달여간 입원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잠적한 이유는 아마도 그 돈을 마련하려고 한 것일텐데 더 이상 마련 할 방법이 없었을 것임을 생각하니 배째라하고 연락한 것 같았음.
그래도 와이프 말대로 아주 나쁜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고 속상해 우는 와이프를 달래주었음.
돈은 중요함.
중요하지 않다면 돈으로 인한 수많은 사건 사고는 없을 것임. 그러나 나는 고마운 존재라 생각함.
너무 많아도 안되는 것 같은게...
내 그릇 이상의 돈을 가지고 있으면 난 먹고 싶은게 없어지는 희귀질환이 있음. 식욕이 사라짐.ㅋ
나는 와이프를 만나기 전 은행권 빚은 다 갚고 100만원이 모일 때마다 주식으로 바꿔두었었음. 와이프의 1700만원을 받은 후 어느날 기사를 하나 봤는데 뭔가 냄새가 남. 아무 이유없이 안 좋은 기사가 연일 나오며 한 멀쩡한 회사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데 장난 같아 보임. 그래서 그 이야기를 와이프에게 하고 그 돈을 거기다 넣음.
그리고 며칠 후 3연상을 맞음. 딱 3일만에 2000만원이 더해져 돌아옴.
더 욕심내지 말고 빼자 했고 한달간 식욕이 없어짐.
사람 일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