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경기 도중 번개에 맞은 야구선수

유머

100년 전 경기 도중 번개에 맞은 야구선수

우가가 0 35,238 03.19 21:28

 

 

야구는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진 프로 스포츠다. 

1869년에 관객들에게 돈을 받고 경기를 뛴다는 '프로 야구단'이 처음 탄생했고, 

한반도에서는 척화비가 세워지던 1871년에 최초의 프로리그가 출범했다. 

 

이렇게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다 보니 

경기 중 믿기 힘든 일도 종종 일어났는데, 

랜디 존슨이 던진 공에 비둘기가 날아와 맞아 죽은 사건이 그 중 하나다. 


그리고 여기에 경기 중 번개에 맞은 선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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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레이 콜드웰(ray caldwell).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투수로, 

투구 뿐만 아니라 타격에도 상당한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그가 26살의 나이에 18승을 기록했을 때, 

한 저명한 기자는 그의 재능을 예찬하며  

"콜드웰은 넥스트 류현진(의역)이 될 것이다" 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류현진이 아니라 넥스트 정수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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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끔 있지만, 초창기 스포츠에서는 

자기 관리가 안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선수가 종종 있었다. 

콜드웰도 그런 부류였는데, 술 문제 때문에 

항상 구단주와 감독과 마찰을 빚었고 연봉의 상당 부분이 벌금으로 나갔다. 


결국 술을 마시고 숙취로 결근하는 일마저 생겼고, 

그로 인해 출장 정지를 받기도 했다. 

 

또 당시 메이저리거는 지금처럼 어마장장한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었는데, 

안그래도 술을 매일같이 퍼마시는데 출장 정지로 돈까지 벌지 못하니 

생활고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지를 훔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고, 7살 난 아들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아내에게 고소를 당했다. 

출장 정지기간동안 파나마에서 야구를 했다는 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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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고 성실하게 야구를 하는가 싶다가도, 

다시 술을 마시고 이탈하는 일이 반복되자 

기어코 감독은 사설탐정을 고용해서 콜드웰을 감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입대를 피할 목적으로 조선회사에 입사했는데, 

이 일로 구단주의 분노를 사 9년간 몸담았던 양키스에서 쫓겨나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되었고, 보스턴에서도 얼마 안가 방출 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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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속구를 뽐내던 넥스트 류현진은 어디가고, 

이제는 무릎 부상으로 신음하는 31살의 노장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대로 은퇴하나 싶었지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그에게 손을 내미면서 은퇴는 미뤄지게 된다. 

 

당시 클리블랜드는 시즌 도중에 감독을 교체하면서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때 계약서가 상당히 골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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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웰: 저 감독님... 계약서에 오타가 있는데요? 

계약 조항이 "경기가 끝나고 술을 마시지 말 것" 인데 

not 이 빠져서  "술을 마실것" 으로 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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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아니야. 오타 없어. 술을 마실것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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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웰: 네? 술을 마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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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술은 죽어야 끊는거야. 

어차피 술 못 끊을거면 차라리 경기 끝나고 마시고, 

다음날 자고, 그 다음날 훈련해. 그게 차라리 나아.


이 기괴한 계약 조항과 함께 인디언스에 입단한 콜드웰은, 

자신을 인정하고 배려해준 스피커에 대한 감사 때문일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그는 클리블랜드에서의 첫 경기에서 자신의 인생투를 보여준다.


1919년 8월 24일, 필라델피아 원정에 선발투수로 등판한 그는  

9회 2사까지 1실점으로 막으면서 팀의 2대 1 리드를 지켜낸다. 

자신의 데뷔전을 완투승으로 장식하기 위해 

그는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발판을 닦고 있었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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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쾅!

 

 

순간 세상이 새하얘지고, 우레가 경기장을 뒤덮으면서 낙뢰가 콜드웰을 강타했다. 

증언에 따르면, 기자석에 있는 기자들까지 충격파를 느꼈고, 

유격수 레이 채프먼은 콜드웰의 상태를 확인하려 뛰어가다가 

다리에 찌릿함을 느끼고 주저 앉았을 뻔 했다고 한다.


당시 콜드웰은 의식을 잃은 채 양팔을 벌리고 누워있었다고 한다. 

가슴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모두가 콜드웰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경기장에 의사도 없었고 지금과 같이 심폐소생술이 확립되기도 전이라, 

소생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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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윽


콜드웰은 둘러싼 동료들 사이에서 신음하다가 힘겹게 일어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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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감독 겸 중견수): 이봐 콜드웰 괜찮아? 내가 누군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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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웰(번개맨): 나는... 괜찮아... 

   감독님 수비하러 돌아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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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바보같은 소리야! 경기가 중요한게 아니야. 

   너는 빨리 병원부터 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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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웰: "아직 한명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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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채프먼(유격수): 방금 번개로 멀리 있던 나까지 쓰러질 뻔했어! 

            고작 야구에 목숨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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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웰: 고작 야구? 헉.. 헉... 취소해라... 방금 그말.

   남자는... 위험하다, 불가능하다, 이런 말은 듣지 않아. 

   오직 한다와 안한다만이 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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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그를 교체하고 병원에 보내려 했으나, 

본인이 워낙 완강하게 교체를 거부하기에 어쩔수 없이 경기를 속행했고, 

콜드웰은 마지막 타자를 아웃으로 잡아내고 완투승을 거둔다.


번개 때문일까? 그의 집념 때문일까? 

그는 팀을 이탈하는 일 없이  5승 1패를 기록한다. 

그 5승중에는 자신의 친정팀 양키스를 상대로 거둔 노히트 노런도 있었다. 

그가 벼락에 맞고 불과 17일 이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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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클리블랜드는 스피커의 지휘와 콜드웰의 벼락투혼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게 밀려 리그 2위에 그치고 만다. 


다음해인 1920년, 클리블랜드는 절치부심해서 다시 한번 우승을 노린다. 

콜드웰은 팀을 무단 이탈하는 일 없이 3선발로서 팀을 지탱하며, 

생에 최초로 선발투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시즌 20승을 거둔다. 

이 과정에서 팀의 유격수 레이 채프먼이 공을 머리에 맞고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1920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두고 채프먼의 영전에 바치는데, 

이는 클리블랜드 최초의 우승이자 123시즌동안 단 두번 밖에 없는 우승이었다.


콜드웰은 1921년까지 뛰고 더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한다. 

대신 그는 끝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1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뛰다가 은퇴한다. 

젊은시절에는 팀을 무단이탈하며 물의를 일으켰지만, 

마이너리그에서 12년간 뛰었던걸 보면 야구에 대한 열정은 진심이었던 것 같다. 


야구기자 월터 트럼블은 콜드웰이 젊은 시절 이러한 평가를 남겼다. 

" 콜드웰은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소년입니다. 

 그가 제 컨디션일 때, 그는 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합니다............

 타이 콥(Ty Cobb)과 존 맥그로(John Mcgrow) 같은 선수들은 

 절대 패배를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동전 던지기에도 온 신경을 쏟습니다.

  만약 콜드웰이 그들과 같은 불꽃을 가지고 더 큰 야망을 품는다면, 

 그는 야구사에 길이남을 선수가 될 것입니다."


비록 그의 커리어는 월터 트럼블의 기대보다는 덜 훌륭하게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진심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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