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람을 만나지 않거나,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고립, 은둔 청년'들이 약 50만 명에 이르는 걸로 추정됩니다.
이들이 세상으로 다시 나오려 할 때, 제대로 돕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함께 모인 고립 청년들을 백승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추석을 앞두고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동그랑땡을 직접 빚어서 부치고, 대표적 명절 음식, 잡채도 버무립니다.
"속 재료를 이렇게 해서…<아 위로 할까요.> 속 재료도 잘 섞어야 하니까."
소쿠리 한 켠엔 꼬치 산적도 소복이 쌓였습니다.
익숙한 명절 풍경 같지만,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경험입니다.
중고등 학창시절 내내 따돌림을 당했던 25살 이 모 씨는 대학에 입학한 지 하루 만에 자퇴했습니다.
아르바이트나 직업도 없고, 친구도 없이 5년을 보냈습니다.
[이 모 씨(가명)]
"하루에 3편에서 5편씩 봤었어요. 계속 영화만 봤던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죠.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보니까."
26살 김 모 씨는 대학생 때 교통사고를 당한 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침대에 누워 자거나 유튜브만 보며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둔 생활이 3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김 모 씨]
"몸의 절반을 쓸 수가 없고 숟가락으로 밥을 뜰 수조차 없더라고요. 밖으로 나가는 게 무서워졌어요. 이런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았거든요."
다른 사람과 물리적, 정서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고립 청년은 전체 청년 중 4.7%로 49만 명이 넘습니다.
아예 집 밖으로도 나오지 않는 은둔 청년도 2.4%, 24만 명이 넘는 걸로 추산됩니다.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고, 인터넷 등으로 비대면 교류가 일상화된데다 코로나 시기까지 거치면서 고립·은둔 청년은 늘어나는 추셉니다.
[김성아/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고립되거나 은둔했던 청년들이 나오려고 했던 그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 이들을 편안히, 그리고 제대로 도울 수 있는 안전한 공간들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고립 청년은 저출생 문제 등과도 연결된다며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용 / 영상편집 : 박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