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제, 정부

경제

부동산, 경제, 정부

기빗투미 0 147 2019.10.26 14:06

집값 올라가는게 정부 규제보다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라는 분석도 있는데 


이는 결국 심리가 규제를 이겨내고 있다는 뜻이고 여기엔 동의합니다. 규제가 이런데도 부동산이 올라가는건 반은 심리라고 봐요. 나머지 반은 공급이 억제된다는 부분이겠지만요.



그런데 요즘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물론 있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상승에 대한 불안감도 같이 있더군요. 떨어질까봐 걱정하는게 아니라 이번에 못사면 더 높이 올라가 아예 손도 안닿는 곳까지 가서 이번생엔 못살것 같다는 그런 불안감, 그리고 그 결과 내 재산을 지킬 수 없게 될거라는 불안감 말이죠.



여러 규제들의 약발이 안먹는다는것 자체가 이런 불안감을 심어주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었을까도 싶습니다.  물론 이런 급상승기에 정부로서도 규제책을 생각 안할 수는 없었을거에요. 내용들을 보자면 규제책 자체는 역대급으로 강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이 상승해버려 아이러니하게 더 심리를 자극해버린 모양세가 되버린것이죠.



극단적으로 가정해보자면 규제없이 내버려두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권 초기부터 아파트를 서울 요지에 때려짓고 모든 재건축이 수십층씩 팍팍 올라가게 두었다면 지금보다 더 나았을지도 모르죠. 다만 그런 정책은 정부의 이념적 성향상 불가능에 가까운 선택이며, 정권 초기엔 지금보다 경제사정도 훨씬 좋았으니 구태여 토목-건설에 목멜 필요조차 없었죠.



아마 경제에 대해선 조금 낙관적으로 정책을 펼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미중분쟁이란게 터질지 예상 못했을것이며, 성장은 낮게나마 이루어질테고 넉넉한(?) 국가재정을 바탕으로 복지에 힘쓰면 부드러운 내치가 이루어리지라 생각했겠죠. 뭔가 생각치도 않은 일이 벌어질것이다 라는 가정, 그리고 거기에 대한 plan B 가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정권 초기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런 벨 에포크같은 생각에 젖어들지 않을 수 없었겠죠. 부도덕한 정권을 시민의 힘으로 무너뜨리고 뒤이은 새로운 정권에 대한 열광적인 기대감과 그에 따른 지지,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수혜를 받는 경제, 대북문제가 해결될것이라는 희망 그리고 여기서 예상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감 뭐 하나 빠질것 없이 다 좋은 상황이었으니 이게 어느 한순간 모두 무너지리라는 생각은 안했을겁니다. 



개인적으로 이 모든것의 시작은 미중무역분쟁이라고 보긴 합니다. 그 일만 없었다면 모든 정책적 실책들은 유야무야 덮어나갈 수 있었겠죠.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터진 다음이라면 다른 문제들을 덮을 여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고, 그것들이 터져나온 시점에서 사람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접고 각자도생을 위해 안전한 곳을 찾아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부동산의 상승은 결국 안전한 자산을 찾아 사람들이 도달한 현재의 종착점이라고 봅니다. 내 자산을 내가 지키고, 이왕이면 그것이 불어나길 바라는 기대감이 부동산의 상승을 부채질했고, 사그러드나 싶은 시점에서의 치명적인 정치적 실수와 대외적 환경 악화가 겹쳐 이제는 불안감으로 승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보듬어주고 안심할 수 있는 신뢰와 성과를 보여줘야 할거에요. 이미 신뢰를 많이 잃었기에 매우 힘든일입니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신뢰회복보다는 정치적 결집, 지지자들을 이용한 여론전, 그리고 여러 규제책을 세우는게 더 쉬운일이긴 하겠죠. 



그러나 만약 남은 기간동안 이 과제를 실패한다면, 그래서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불어나게 된다면 정치적으로 결집하건 여론전을 벌이건 규제책을 남발하건 다음 정권의 재창출은 불가능해 질겁니다.



ps) 뭐가 됐든 일단 미중분쟁이 소강상태로라도 돌아가줘야 합니다. 아예 끝났으면 좋겠고요. 경기가 너무 안좋아서 살기 팍팍한건 누구도 바라지 않거든요. 그리고 정부가 아무리 잘해도 결국 대외상황이 이대로 나쁜방향으로 흘러가면 백약이 무효할겁니다. 어서 좋은소식이 있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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